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아브라함의 후예들이 힘겨웁게 세운 나라, 이스라엘의 고도(古都) 예루살렘에 가면 홀로코스트(Holocaust)기념관이 있습니다. 그 기념관의 이름이 히브리어로 "야드 바쉠(Yad vashem)"입니다.

히브리어로 '야드'라는 말은 '기억', '바쉠'은 말은 '이름'이라는 뜻입니다. 이 기념관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600만 명의 이름을 기록해 두고 있는 곳이요, 이들 희생자들의 이름을 잊지않고 기억하도록 민족의 정신을 고취하는 기념관입니다.

이 기념관의 출구를 나오다가 보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의미있는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그 문장은 '망각은 우리를 노예로 이끌고 기억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끈다' 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기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아픔을 망각하지 않고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한 채 깨어있는 국민이 될 때 그 나라의 미래는 밝고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한 먹구름으로 뒤덮힐 수 있습니다.

노예로 이집트의 종살이를 하고 있었던 이스라엘 민족을 폭정과 억압의 사회 이집트에서 출애굽시켜 자유와 해방을 맛보게 하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하여 나아가는 이스라엘민족과 그 후손들에게 지도자 모세를 통하여 주신 말씀을 보면 세 가지를 잊지말고 꼭 기억할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첫째는 "종 되었던 일"을 기억하라(신24:22)고 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했던 고유한 인격과 존엄성을 모두 빼앗긴 채, 짐승 취급을 받으며 힘겨운 종살이를 하던 그때 그 시절, 번민과 아픔과 고통을 가슴속에 새기며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 대던 그때 그 시절을 결코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거기서 속량하신 것"을 기억하라(신24:18)고 했습니다. 여기서 '속량'이라고 하는 말은 히브리어 '파-다'라는 말로서 "보상하다, 댓가를 지불하고 되찾다"는 뜻으로 구원자가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이 고통과 절망의 땅 이집트에서 힘겨운 종살이를 하고 있었을 때, 그들을 온전히 구출하기 위하여 엄청난 댓가를 지불한 바 있습니다. 열 가지 재앙을 통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댓가를 아까워 하지 않고 지불하면서 히브리 민족을 구출하셨습니다. 이 구출의 사건, 속량의 사건을 잊지말고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이집트에서 나온 바로 그 날"을 기억하라(출13:3)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며 도우시고 함께 함으로 저주와 죽음의 현장 속에서 모든 재앙을 뛰어 넘어 생명의 길로, 자유의 길로 인도해준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 날, 그때 그 일 그날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같은 명령을 받은 유대인들은 그 날을 기억하며 앉은 것이 아니라 일어 선채로 구운 고기와 함께 누룩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으면서 유월절 절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9년 3월1일 이후 약 4개월 가까이 이어진 3.1 독립만세운동 사건은 우리민족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입니다. 아니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사건입니다.

일제의 힘에 의해 강탈당한 우리 민족의 자유와 국권을 온전히 되찾기 위해, 우리민족의 대표 33인들이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전세계 앞에 우리의 독립의지와 아시아 및 세계의 평화를 천명하게 된 독립선언문의 정신과 숭고한 독립만세운동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시 독립만세운동은 어떤 특정지역에서 일순간에 일어난 일시적인 운동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난 숭고한 애국·애족 운동이요, 민족해방 운동으로서 전체 1542회에 걸쳐 일어난 전 국민운동입니다.

일본군인들과 헌병들에 의해 체포·구속된 분들이 약 4만7000여명이요, 무지비한 총칼에 의해 생명을 잃은 분들이 약 7500여명이요, 부상을 당한 분들이 1만5961명인 것으로 집계 됐습니다.

이 3.1 독립만세운동은 일본의 무지비한 폭력에 의해서 완전한 성공을 거두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일제는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통치의 방법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어주는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지게 됐으며, 일제에 대항하여 싸우고자 하는 무장독립운동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고, 중국의 5.4운동을 비롯하여 전 세계 속에 있는 식민지국가들에게 독립운동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됐습니다.

이 3.1독립만세운동은 우리 민족이 반만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지켜온 우리 민족의 숭고한 정신운동이요, 민족의 얼을 이어오는 살신성인의 운동이요, 온 겨레가 하나로, 모든 종교인이 하나로 똘똘 뭉친 연합운동이요, 양 손에 칼과 창이 아닌 작은 태극기만을 들고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면서 강탈당한 우리나라의 국권과 국민의 주권을 되찾고자 온 세계에 그 뜻을 천명한 우리 민족의 비폭력운동이요 참 평화운동이었습니다.

이 3.1절 독립만세운동 100주년을 보내면서 한국교회는 말 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그때 그 일을 잊지않고 가슴에 새겨 기억하면서 오늘의 삶을 반성하면서 내일을 지혜롭게 열어가는 슬기로운 민족이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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