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선 논설위원
강래선 논설위원

세상을 살다보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풀려서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언론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소문을 진위조차 파악하지 않고 오보를 내보내는 것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중국의 제나라에 모씨 성을 가진 훈장이 있었다. 모 훈장의 취미와 특기는 저잣거리의 떠도는 소문을 듣고 와서 주위 훈장이나 학생들에게 부풀려 떠벌리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오리 한 마리가 알을 잘 낳는다'는 저잣거리 이야기를 듣고 와서 같은 훈장인 애자(艾子)에게 "어느 마을에 부자가 알을 잘 낳는 거위를 키우는데, 그 거위가 하루에 알을 100개씩이나 낳는다"고 했다. 이에 애자가 "나는 아직 살면서 거위가 알을 100개씩 낳는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네"라고 하니, 모씨가 "아마 거위 두 마리가 낳은 알이겠지"라고 덧붙였다. 애자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점점 자신없는 목소리로 "그럼 네 마린가? 다섯 마린가? 내가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들었나"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또 모씨는 이번에는 진짜라며 애자에게 "어느 해녀가 작업을 하다 바위인줄 알고 앉았다가 쳐다보니 문어 빨판이었다. 칼로 문어 빨판을 베고 나와 그 빨판을 오십명이 나눠 먹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애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모씨는 우물쭈물 하다가 "그냥 길에서 오다가 들은 이야기이네"라고 변명을 늘어놨다. 이에 애자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절대 모 훈장처럼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함부로 과장하고 떠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에 덕을 갖춘 사람이면 길에서 들은 말 따위는 절대 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옛말에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세 사람만 호랑이가 있다고 말해도 없던 호랑이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말하면 헛소문 일지라도 때로는 진실이 돼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듣게 되는 많은 소문들을 모두 사실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하고 언론 또한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기사화해야 한다.

얼마 전 '권민호 시장 조폭 사주 정적제거'라는 온갖 추측성 소문들이 난무했고 지역정가에 소용돌이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많은 소문들을 뒤로 하고 사건을 폭로한 자칭 조폭이라는 장 모씨가 공갈·갈취·협박 혐의로 구속되고 전 거제시의원이었던 김 모씨가 뇌물증여 및 청탁 혐의로 구속기소돼 사건은 일단락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지난 24일 권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모든 문제에서 깨끗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권 시장은 청렴을 강조한 거제시에 건축과 모 과장의 금품수수 혐의 또한 임기말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고 지적하며 본인은 깨끗하다는 말을 강조, 억울한 심정을 알아달라고 했다.

옛 사람들이 말하기를 군중의 입은 쇠도 녹인다고 했다. 사람의 말 속에는 옳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은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 간에 말이 모여 여론을 만들면 그 힘은 쇠를 녹일 만큼의 강력한 힘이 된다는 뜻이다. 분명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소문과 정치적 견제,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현실 앞에 권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억울하고 사실이 왜곡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 시장은 정치적 현실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추측성 소문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많은 거제시민들은 권 시장 측근들을 운운하며 소문을 양산해내고 있다. 시민들이 말하는 측근들이 권 시장과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에 충분하게 그 연관성이 있어 소문의 발화점으로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무소속이라도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택하겠다고 밝힌 이상 이제라도 측근 또는 측근이라고 이야기 되는 사람들의 이권개입설은 분명 권 시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측근이라 불릴 수 있는 자들을 자중·자숙하게 만들지 않으면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시민들은 충고한다. 선거에서 측근들이 선거운동을 해주고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도움에 대가없이 마음으로만 감사해야 한다. 거제인으로 도지사 출마의 뜻이 있는 권 시장은 거제시민들이 권 시장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또한 애증의 충고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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