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

▲ 김동성 본지 대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나그네처럼 하고, 벼슬에 있는 것을 손님 같이 하라. 재앙은 입에서 나오고 근심은 눈에서 생긴다. 병은 마음에서 오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기는 것이다.

조선 정조임금이 총애했던 서얼출신 목민관 성대중(1732~1809)의 문집 청성잡기(靑城雜記)에 실린 내용이다. 글귀들이 새롭진 않다. 명언처럼 격언처럼 잠언처럼 우리 속에 있다. 단지 그 옛날에도 벼슬이나 정치를 하던 관료는 어지간히 권력에 욕심도 많고 거짓말도 많이 한 모양이라 느껴질 뿐이다.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조상들의 못된 것만 본을 받았는지 우리의 정치관료나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도를 넘는다. 어제 한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논리(論理)의 옳고 그름의 상관없이 정치적 야욕의 속내를 속된말로 나오는 대로 뱉는다.

정치를 하려면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비(非)논리적이고 상식 밖이라 모든 이가 '아니다'라고 해도 이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내린 당위(當爲)앞에 비논리와 비상식은 없다.

대의선거를 통해 얻은 절반의 표심과 국민과 시민을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포장하니 양심의 부끄러움은 없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식의 말과 행동엔 거침이 없다. 그 당당함이 장군 못지않다.

미국 어느 여론조사에서 '거짓말을 제일 잘할 것 같은 직업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위가 정치인이다. 다음으로 언론인·연예인·장사꾼·재벌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왜 정치인은 거짓말 잘할 것 같은 직업 1위에 올랐을까.

인류가 만들어지고 지금껏 불리하면 입 다물고 잘못이 드러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니 다 들통이 나서도 사실에 대해 부정부터 해대는 그 모습에 국민은 식상하다 못해 이들을 거짓말쟁이로 고착화 시켜버린 탓일 게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개판 5분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어느 작가의 글을 보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이 자괴감까지 들 지경이다.

"고위 공무원·국회의원·판사·검사·3권 분립요인들은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하고 봉사하겠다고 손들고 서약했지만, 사리사욕과 권력쟁탈에 눈 멀고 귀 먹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한심한 나라. 지역의 졸부들은 검·경의 하수인이 되고, 수십억원대의 체납자들은 '내 배 째라' 하고, 단속해야 할 공무원은 대책이 없고, 나라 말아 먹은 집단들은 큰소리 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산화한 분들은 죄인이 되고, 국회의원은 그만둬도 월 수백만원을 받아먹고, 파렴치범으로 감방 갔다 나온 놈이 국회의원 하겠다고 기자회견 하고,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성희롱 하는 나라. 장관 20일해도 죽을 때까지 연금 타먹는 나라.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미개한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온 세계에 자랑하던 나라가 제 부모를 죽이고 노인을 어느 집 강아지만큼도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가 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아시설에 보내는 3~4세 아이의 부모에게는 1개월 40만원이나 주면서 6.25참전 국가유공자 80세 늙은 어른들에게는 12만원을 주며 생색내는 썩어빠진 국가, 대한민국이란 나라. 우리나라."

이 글은 다소 과장되고 비속어가 섞여 있는 표현이 없지 않다. 그리고 다소 냉소적으로도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글쓴이가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는 것과 우국충정(憂國衷情)의 마음으로 글을 쓴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왜 이런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을까? 모두 욕심 때문이다. 최초의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단군 할아버지는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욕심을 버리는 노력을 했고, 삼국시대나 고려시대는 불교라는 국민신앙으로 욕심을 버리는 노력을 했다.

조선시대 또한 유교라는 가르침을 통해 욕심을 버리는 노력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왔다. 오늘 날에는 자본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황금만능주의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물·불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 돼버렸다.

욕심은 채울수록 커진다. 욕심을 채운 뒤 더 커진 욕심을 더 채우기 위해 우리는 양심과 상식에서 벗어나 정신을 잃고 마는 것이다. 정치하는 자들이 '벼슬에 있는 것을 손님 같이 하라'라는 말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지족상족(知足常足)한다면 거짓말 잘할 것 같은 직업 1위의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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