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자본시장법 제160조에 따르면 오는 16일은 올해 상반기 보고서 제출 시한이다. 2분기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실적 발표가 마무리돼야 해당 재무제표를 포함한 반기보고서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에 반기보고서 제출 시한이 곧 실적 발표 기한이 된다.

상반기 보고서는 6월 말이 결산 시점이고 법률에서 정하는 반기보고서 제출 시한은 결산 시점으로부터 45일 이내다. 법률에 따르면 8월14일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날이 일요일이고 다음날은 광복절이기 때문에 8월16일이 실질적 법정 제출 시한이 됐다.

지난 7월27일과 29일에 잠정실적을 각각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보름가까이 늦은 셈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올해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올해 3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을 딜로이트안진에서 삼일회계법인으로 교체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 12일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반기 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토의견 제출은 16일에 이뤄질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인은 피감 기업의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표명이 불가능하거나 기업의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대한 사항이 있는 경우 등에 의견거절이라는 감사의견을 내놓는다. 의견거절을 받는 상장사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경우에 따라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결산보고서가 아닌 반기보고서이기 때문에 의견거절을 받는다고 해도 상장폐지까지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분식회계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주식시장 퇴출 직전까지 내몰린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이 극심했던 지난 2012∼2014년도에 5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전·현직 경영진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14일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의 5조원대 분식회계 혐의에 따른 검찰 기소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이 종목의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내린 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나섰다.

이어 지난 4일에는 대우조선해양 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다고 밝혔다. 또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여부 결정을 위한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감안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9조에 따라 조사기간을 오는 29일까지 연장한다고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으로써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2만원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15일 영업손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8750원으로 내려앉았다. 거래매매정지 전 거래일인 지난달 14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4480원으로 1년3개월 만에 4분의1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치명적이다. 신뢰도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상장폐지까지는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추가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내 몰리게 됐다. 추가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법정관리→청산'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채권단이 의지를 갖고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와 상관없이 기업 정상화를 뒷받침하는데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대체 언제쯤이면 지역 조선업에 대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지구 반대편 리우올림픽의 반가운 금메달 소식과 대비되는 답답하고 갑갑한 거제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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