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수주가뭄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역 조선소에 가뭄에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대 플랜트 건조 착수, 삼성중공업의 3조원대 해양플랜트 수주 임박 소식이 그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 원에 달하는 원유생산 플랜트 건조 작업에 착수했다. 카자흐스탄의 텡기즈 유전에 투입될 27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건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 TCO사로부터 원유처리시설 등 해양플랜트 제작을 수주한 바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TCO사의 유전 확장 투자 결정에 따라 1년8개월 전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건조를 시작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정상회담의 결실이기도 한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지역경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총 제작 물량이 24만t으로 생산인력이 3년 정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물량으로 분석되고 있다.

1차 선수금으로 입금될 1억3000만 달러(1500억원)는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계약 조건 역시 선박 인도 시 대금을 한꺼번에 받는 헤비테일 방식이 아니라 공정에 따라 잔금을 받는 프로그레시브 방식이어서 설계변경이나 사업 중단 등에 따른 부담도 적다는 장점도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도 사업수주로 숨고르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수주를 한 이후 수주가뭄에 시달리던 삼성중공업은 최근 3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 ENI가 발주한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입찰에 프랑스 테크닙·일본 JGC 등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이 컨소시엄은 현재 ENI와 마무리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본 계약은 오는 10월께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규모는 54억 달러(약 6조1290억원)로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약 25억 달러(2조8375억원)를 수주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수주가뭄이 여전한데다 구조조정 과정 역시 순탄치 않으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140억원으로 예측됐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조선노조들의 파업. 이들의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구조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인도지연이 우려된다. 인도지연으로 인한 유동성 차질도 문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릴쉽 6척의 인도지연으로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최근 소난골 드릴쉽 2척의 인도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 선주사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국내 조선사로의 선박발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은행들도 선수금환급보증(RG) 발행을 꺼려하면서, 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지난 21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우리가 지원받는 돈은 국민의 혈세"라며 노조원들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 사장은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그룹과 오너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파업을 하면 국민의 마음을 우리에게서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며 빨리 회사 문을 닫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내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절실하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지난해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노조로부터 쟁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았다. 파업에 대한 채권단의 태도 역시 강경하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면 계약위반에 따라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이 독자생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또 7조원이 넘게 투입된 공적자금의 무게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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