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 계룡수필문학 회원

바깥놀이를 하려고 한다. 어느 장소가 좋을지 미리 사전답사를 해두어야 한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멀어서 아이들이 지치지는 않을지, 위험함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바깥놀이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소풍이나 견학, 현장학습이라는 이름의 바깥놀이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측면도 못지않게 크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고성의 공룡발자국이나 거제의 조선소는 좋은 학습장이 된다. 더러는 넓은 자연 속에서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가슴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심어주고 싶다.

바깥공기를 쏘여주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달린다. 마치 토끼라도 된 것처럼 마냥 깡충거리며 좋아한다.

모처럼 나들이에서 키 작은 들풀의 다소곳함도 배울 것이고, 드넓은 대지에서 사푼히 날아오르는 나비의 몸놀림도 배울 것이다. 이 모두가 학습의 연장인 것이다.

그러나 늘 아이들의 마음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바깥놀이는 일년에 몇 차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원 옥상의 놀이터였다. 자주 못 가는 바깥놀이를 옥상 놀이터에서 매일 한두 차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뛰어 놀다보면 아이들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이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기에 막힘이 없을 테고, 주위의 전경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니 답답함을 풀기에 그만일 것이다.

옥상 구석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깨끗이 치우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꾸미기 시작했다. 미끄럼과 줄타기, 정글짐과 소꿉놀이,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들여 놓았다.

또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세세히 살폈다. 마지막으로 미끄럼 슬라이드를 깨끗이 닦았다.
곧 올라올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완성된 것이다. 주의사항을 일러준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앞 다투어 올라온다.

옥상에 올라와서는 환호성을 지른다. 미끄럼틀이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 늑목이 재미있다고 하는 아이. 제각기 좋아하는 놀이기구 앞에 섰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어쩌다 빨리 타고 싶어서 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는 큰 아이들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제지하는 것을 바라본다.

아이들 세계도 나름의 규칙이 세워져 있음을 알게 된다. 바깥놀이를 통해서도 배운다. 질서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금방 다른 아이들과 마음을 맞추어 융화한다.

아이들이 내 팔을 흔든다. 놀이터에 언제 가느냐며 보챈다. 원내에만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아이는 마음껏 놀지 못하니 오죽 답답할 것인가. 날씨가 좋아지니 바깥놀이 할 생각을 내어본다.

먼 곳이 아닌 바로 옥상 야외놀이터에서. 비가 자주 오는 통에 며칠 동안이나 놀이터에 못 나가고 있던 터였다.

비에 젖은 시설들을 걸레로 훔쳐낸다. 비록 옥상 놀이터라 좁지만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뛰어놀 수 있어서 좋다.

꿈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직업을 가졌으니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 바르게 성장하고 낙오되는 아이가 없도록 하고 싶다. 무얼 원하는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지, 때때로 혼자 노는 아이의 마음도 읽어내고 싶다.

넓은 대지에 매끄러운 잔디를 심고 꽃밭을 가꾸어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상상을 해 본다.

언젠가는 하늘만 바라볼 수 있는 옥상놀이터와는 다르게 흙냄새를 음미하고 맨발로 땅을 밟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엎어져도 생채기를 남기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의 딱딱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기를 꿈꾼다. 마음이 뜨겁다.  내 속에서 나오는 열기다.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흐르는 것을 바라보는 흐뭇함에 버거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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