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형 바꾸고도 끝없는 매립 전쟁

30년간 칠천도 1/2크기 공유수면 잠식
조선 산업 부지 확보가 해양파괴 주원인
산업 개발 위한 갯벌 매립은 시대적 착오
공유수면 매립 총 30건 신청, 26건 이미 완료
사등·하청 등에 또 다시 2백만㎡이상 매립준비 중

현재까지의 매립 현황
▲ 조선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거제해안 곳곳이 매립, 지난 30년간 칠천도 면적 1/2 크기의 공유수면이 사라지면서 거제지도를 바꿔 놓았다. 사진은 천혜의 몽돌과 백사장 등 수려한 해안경관을 자랑하던 아양.아주해변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들어섰다.
1986년에는 레미콘 공장 시설부지 및 수산물 건조장 건립을 목적으로 사등면 사등리 2055 지선 3만3천3백37㎡가 매립되는 등 그간 거제 전역에서 모두 30건(국가산업단지 3건, 일반산업단지 1건, 택지조성 7건, 조선용지조성 6건, 굴 패각처리장 2건, 기타 11건)의 공유수면 매립 신청을 접수, 이중 26건이 허가돼 총 4백82만6천8백13㎡의 육지가 늘어나며 거제도의 지형까지 바뀌었다.

조선산업 위한 매립은 시대적 착오

최근 시민들 사이에는 조선 산업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은 시대적 착오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전 한국해양연구소 수석 연구관 김종만 박사(60)는 “일반적인 공유수면이 사라지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갯벌이 사라지면 이곳을 이용하는 생물이 완전히 사라지게 돼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산업개발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는 시대적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갯벌은 산소공급원 역할을 하는데다 특히 조간대(潮間帶)는 육지에서 유입되는 각종 오염 독소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담당 한다”며 “갯벌이 많은 서해안 바다가 오염이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고철환 서울대 해양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바다를 메우는 나라는 없다”고 밝히고 “지금처럼 수 십 킬로미터의 방조제를 쌓고 바다를 막는 대규모 공사는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갯벌 그 자체가 귀한 자연 자산임을 생각하자는 것이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간척사업이 해양오염과 연계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죽도와 와치마을 등 피솔지구는 삼성조선이 차지했다.
계속되는 매립신청

최근 조선 산업의 활황에 따라 거제연안 매립전쟁은 끝이 없다. 때문에 날이 갈수록 거제 연안의 갯벌은 잠식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대우건설(주) (대표 박세흠)는 지난 2004년 4월30일 항만 및 조선시설 조성을 목적으로 마산 해양수산청에 연초면 오비 일원 11만9천4백26㎡의 공유수면 매립을 신청해 기다리고 있는 상태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대표 김징완)도 조선중간재 가공공장 건립을 목적으로 해양수산부에 연초면 한내리 120-23 지선 2만4천6백86㎡의 매립을 신청한 상태다.

또 STM(주)(대표 신옥현)는 하청면 개안만 일원 약4백만㎡를 조선특구로 개발하며 이중 절반인 2백만㎡를 매립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부산시 사하구 구평동 소재 원영조선(대표 박봉원)도 사등면 청곡 일대 18만㎡(육지부 10만㎡, 해면 8만㎡)에 중형조선소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이 조선소는 이미 이탈리아로부터 ‘벌크선’ 10척의 수주를 완료, 오는 2011년까지 인도계획으로 있어 공유수면 매립 가능성을 더 해주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조선소 건립에 따른 주민 동의도 95% 가량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장목면 주민들이 송진포 일원 약 5백만㎡에 대한 조선특구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이에 따른 공유수면 매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민 김모씨(48·신현읍)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조선 산업의 사양이 불을 보듯 뻔한 상태에서 조선 산업 육성을 위해 갯벌 등 공유수면을 매립한다는 것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적 안목에 불과하다”며 “이제부터 거제시는 갯벌을 살리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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