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광호
나광호: 시인 |
동고비 울음소리 들리는
산사에 앉아
탁주 한잔 기울이고
심드렁한 심기를 달랩니다
하얗게 눈이 쌓이는 날엔
시린 등짝을 구들장에 두고
계절마다 떠오른 시 한 수 받아 적습니다
언제쯤에나 떡갈나무 부스스한 떨림
산고의 신음 소리 들릴까,
문지방에 귀 기울이며
사는 날까지 반복되는 시인의 삶
·시 읽기: 나광호 시인의 처녀 시집 『시인의 윤회』(2011)에 실린 표제 시의 일부이다. 세상 모든 시인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와 자연을 재현하면서 이상을 꿈꾸듯, 시인도 그러한 삶을 꿈꾸고 있다. 화자는 "하얗게 눈이 쌓이는 날"에는 "시린 등짝을 구들장에 두고/ 계절마다 떠오른 시 한 수 받아 적"는다. 그리고 "문지방에 귀 기울이며/ 사는 날까지 반복되는 시인의 삶"을 꿈꾼다. 이처럼 화자는 일상적 삶의 방식에서 이상적 시 한 수를 읊는 반복적인 시인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사는 날까지 반복되는 시인의 삶"이라는 시간의 한계점을 말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 뒤 일상에서 이상으로의 전환을 위한 한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
거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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