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논설위원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는 강신재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이 첫 문장만으로도 사랑하는 남자를 향한 한 소녀의 설레임과 그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현대한국소설에서 이만큼 유명한 첫 문장도 드물 것이다.

체취(體臭)란 우리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땀냄새고 그밖에 입에서 나는 구취(口臭), 암내라고 부르는 겨드랑이의 액취(腋臭), 발냄새, 머리냄새, 사타구니에서 나는 샅내, 달짝지근한 아기의 젖냄새, 나이가 들면 몸에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어 나는 퀘퀘한 노인 냄새 등 여러 가지다. 더러는 실제로는 자기 몸에 체취가 거의 없는데도 냄새를 느끼는 환취증(幻臭症)도 있다.

인종에 따라서 흑인의 몸 냄새가 가장 진하고 그 다음 백인, 황인종 순이다. 오랫동안 형성된 식습관도 영향을 주는데 서남아시아 사람들은 노린내가, 인도사람은 향신료냄새가, 일본사람은 간장냄새가, 한국사람은 마늘냄새가 특징적이다.

고려시대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에서 메주에서 발효된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여 '고려취(高麗臭)'라 비웃었는데 이 말을 오늘날 쓰이는 '고린내'의 원형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성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호감을 느끼지만 동성의 체취에서는 거부감을 갖는다. 어린아이가 울면서 보채다가도 엄마품에 안기면 조용해지는 것은 엄마에게서 느껴지는 체취 때문이다. 어미 잃은 새끼돼지를 다른 어미돼지의 젖을 빨리려면 새 어미의 분비물을 몸에 묻혀 넣어야 된다. 돼지는 시각적으로 자기 새끼를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며칠전 미국 모넬 화학지각센터 연구팀이 특정 냄새가 여성의 매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여성에게서 좋은 냄새가 날수록 더 예뻐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산소 같은 여자, 상큼한 사과향이 나는 여자, 옅은 풀냄새가 나는 풋풋한 여자, 어릴 때 먹었던 비타민 냄새처럼 고소함이 은근히 풍기는 여자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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