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한자로 '분(糞)'이라 쓴다. 분은 '쌀미(米)'자와 '다를 이(異)'자와 합쳐서 된 말로 쌀이 사람 몸속에 들어가 다르게 변한 상태를 말한다.

원시시대 사람들에게는 배설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별도로 없었다. 하늘 아래서는 어디서나 화장실이었다. 그런데 똥 눈 곳에 있던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사람들은 똥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푸세식'이라는 이름의 자연친화적인 화장실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문화의 산물이다. 이에 비해 서양의 화장실 역사는 19세기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도시 전체가 화장실이라 할 만큼 오물로 뒤범벅된 도시였다.

그러다가 오물을 물로 씻어내는 '수세식' 방법을 개발하면서부터 화장실다운 화장실이 생긴다.

기원전 27년 경 로마제국 때 상수도와 하수도 시설이 만들어졌고, 기원후 70년 경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물을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여 거기에 소변을 보게 하는 최초의 공중화장실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전북 익산시 왕궁리 유적에서 화장실터가 발견되었는데 6~7세기 백제 사람들은 흐르는 물길 위에 쪼그린 채 볼일을 본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로 보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이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싸여 안방까지 차지했지만 알고 보면 깨끗한 건 겉모양뿐이다.

수세식 화장실이 똥오줌을 처리하기 위해 오물 부피의 50배 이상의 물을 소비해야 하고, 똥오줌이 정화조로 들어가 희석된 물 1cc에 대장균이 무려 43만 개가 득실거린다고 세계위생기구가 발표했다.

이런 맹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수세식 화장실을 선호한다. 특히 집밖에 나왔을 때 가장 필요한 시설 중의 하나가 공중화장실이다. 가장 공적이면서 가장 사적인 공간인 공중화장실이 깨끗하다는 것은 그 도시의 문화적 척도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경남 공중화장실 관리실태 평가에서 거제시가 최우수로 선정된 것은 거제시의 문화가 한격 높아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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