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와 함께 근세철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영국의 정치가며 철학자인 베이컨(F.Bacon 1561-1626)이 종래의 철학은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추상적 사변에 빠져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주게 되는데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을 우상(idol)이라고 정의한다.

첫째, 모든 인간의 공통적 편견이 '종족의 우상'이다.

예를 들어 '새가 노래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입장에서 본 것일 뿐 사실은 새가 지저귀는 것은 자기 영토에 대한 침입자를 경고하거나, 자기의 짝을 찾는 소리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이 노래하는 소리라고 단정하는 우를 범한다.

항상 사람이 사고의 중심이 되어 사물을 판단하고 기정사실화시키는 편견이다.

둘째, 개인의 특유한 편견이 '동굴의 우상'이다.

마치 동굴에 갇혀 세상을 보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개인의 특성이나 환경, 자기가 경험한 지식 등으로 사물을 재단하고 판단하려는 편견이다.

셋째, 사회집단에 의해 형성되는 편견이 '시장의 우상'이다.

매스컴의 광고만 믿고 물건을 산다든지, 암에는 무얼 먹으면 좋다는 말만 믿고 거기에 매달리는 사례들이 모두 이에 속한다. 언어에 의해 기만당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넷째, 사람을 편파적으로 만들게 하는 역사적 전통, 잘못된 학설, 권위 등에 의해 잘못 판단하는 것이 「극장의 우상」이다.

한때 속칭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미네르바(Minerva) 우상으로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너무나 쉽게 농락당한 우리 사회의 허약한 체질 뒤에는 현대사회의 강점이면서도 단점인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인터넷에 허위로 글을 올렸다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공익'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회질서를 교란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면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너무 크다.

미네르바 우상이 또 한번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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