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프랑스 영화 '암흑가의 두 사람'은 라스트신이 매우 인상적이다.

단두대에 선 알랭 드롱에게 마지막 술 한 잔과 담배가 물려질 때 겁에 질린 주인공의 클로즈업된 푸른 눈동자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프랑스대혁명의 성공으로 단두대에 오른 루이 16세에게 시종이 마지막 술을 권하자 "이 사람아, 술은 건강에 해롭다네"하며 끝내 거절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일화는 우화처럼 느껴진다.

바하, 베에토벤과 더불어 독일 음악을 대표하는 브라암스는 임종 직전에 술을 한잔 마시고는 "아, 술맛이 좋군. 고마워!"라는 말이 유언이 되고 만다.

옛날부터 전쟁터로 떠나는 장수에게 왕은 술을 내렸고,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에도 가장 먼저 내리는 영광의 하사품이 술이었다. 운동경기의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배(杯)'는 승리를 상징하는 술잔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나 축하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진(秦)나라의 붕괴 후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패권을 다툴 때 홍문(鴻門)에서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주도권은 항우가 쥐고 있었다. 항우의 책사 범증(范增)이 이 기회에 유방을 죽여야 한다고 간언했지만 술 좋아하는 항우는 마음이 느긋해져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이 결정적 실수가 나중에 항우의 몰락이 될 줄 그 때는 몰랐다.

1991년 러시아 군부 쿠데타 당시 모스크바 시장이었던 옐친이 국회의사당 앞의 탱크 위에 올라가 쿠데타를 맹렬히 비난하는 연설로 국내여론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 일로 옐친은 나중에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그 당시 옐친은 보드카에 취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생명을 담보한 그의 용기가 술기운이었다니 놀랍다.

'가는 년(年) 잡지 않고 오는 년(年) 막지 않는다'는 연말연시를 빌미로 술자리가 잦아질 때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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