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인조 때 영의정 홍서봉(洪瑞鳳:1572~1645)은 23세에 문과에 급제한 후 예조, 이조, 병조판서, 대제학, 우·좌의정을 지낸 당대 유명 정치인이다.

그의 가문는 증조부 이후 9대가 대과에 급제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홍서봉이 세살 때 아버지가 죽자 서른아홉에 과부가 된 어머니 유(柳)씨는 아들이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회초리를 들었다. 홍서봉이 과거에 급제하고 어머니께 절을 올리려 하자 어머니는 장롱 속에서 비단보자기를 꺼내 놓으며 "너를 키운 것은 내가 아니라 이것이다"하시며 보자기를 열자 거기에는 피 묻은 회초리가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옛날 서당에서는 삭월(朔月:음력 초하루)이 되면 부모가 매를 만들어 아이에게 들려 훈장께 바쳤다.

이를 '서당매'라 하는데 어머니는 안타까워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회초리를 몰래 가느다란 회초리로 바꾸어 놓는 애틋함도 있었다.

훈장이 회초리 치는 것을 초달(楚撻) 혹은 달초(撻楚)라 한다. 과거 급제 후 '삼십절초(三十折楚)' '오십절초 문장'이라 함은 30 혹은 50자루의 회초리가 꺾이도록 종아리를 맞고서 얻은 글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기 자녀 때리라고 보낸 회초리를 다 사용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오히려 섭섭해 했다.

'지도편달을 바란다'의 편달(鞭撻)은 매를 때려서라도 가르쳐 달라는 의미며, 교편(敎鞭)은 선생님의 회초리를 말하지만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나타내기도 한다.

"말 안듣는 정치인들에게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 달라"던 드라마 '대물'에서 서혜림(고현정 분)의 호소가 시청자들이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소위 '오장풍'사건 이후 떠들썩했던 체벌찬반 논란이 드디어 11월 1일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전면금지로 가닥이 잡혔다.

시행 첫날 선생님이 든 회초리를 보고 학생이 "교육감님께 전화할 거예요"라고 했다는 보도를 보며 왠지 씁쓸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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