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을 비제가 오페라로 작곡하여 무대에 올렸으나 주인공 카르멘의 자유분방하고 야성적인 모습이 당시 사회의 문화적 배타성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 중의 하나다.

카르멘은 유혹적인 집시여인이다. 집시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사는 집단 유랑민족으로 유럽 어디서나 증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집시들이 우물에 독을 풀어 넣어 사람들을 몰살시키려 한다느니, 아이를 유괴해서 사람고기를 먹는다는 등 악의에 찬 괴담들이 그들을 괴롭혔다. 나치스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희생당한 사람이 무려 50만 명이 넘었지만 전쟁 후 독일이 유대인 희생자들은 보상해 주었지만 집시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집시의 기원은 이란과 인도 북부지방에 살았던 아리아인(Aryan)으로 보고 있는데 그들의 피부색이나 모습뿐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언어학자들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집시의 어원은 유럽에 처음으로 집시가 나타났을 때 영국 사람들은 그들이 이집트에서 온 줄로 알고 이집트인(Egyptian)이라 불렀는데 차츰 이 말의 두음(頭音)이 소실되면서 집시(gipcy)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집시의 출현은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태동에 영향을 미쳤다. 낭만주의 문학의 시작은 삶의 자유에 대한 갈망, 고답적 굴레에서의 해방이었는데 마침 나타난 집시의 방랑하는 삶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투영되면서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흔들어 놓은 것이다.

특히 천부적 재능을 지닌 '집시음악'과 '집시무용'이 인류문화에 끼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태동과 성격은 다르지만 조선시대 '남사당패'를 방불케 한다.

요즘 프랑스정부는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에 따라 올 들어 벌써 8천명이 넘는 집시들을 추방시켰다는데, 일제시대 조국이 없었던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며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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