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고 에어로빅팀 강지애·강경연·신보람 학생

먹고싶은 음식 절제하며 체중 관리,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 나와 '보람'
1분 30초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 보여줘야…전국체전 금메달은 '땀의 결실'

▲ 왼쪽부터 옥포고 에어로빅팀 강지애·강경연·신보람 학생.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예쁘게 꾸미고 놀러 다녀보고 싶어요."
"피자, 탕수육, 치킨 등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어요."

평범한 고2 여학생들의 입에서 듣기는 힘든 이야기. 마음껏 먹는 것도 개인시간도 포기한 채 밤낮없이 연습에 몰두하는 옥포고 에어로빅 팀의 단짝 3인방.

옥포 고등학교는 교기가 에어로빅으로 현재 총 9명의 특기생을 키우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에는 이들 중 5명이 출전했다. 이날 만난 3명의 여고생은 올해 열린 전국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나머지 2명은 남자선순데 부상으로 인해 휴식 중이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옥포고 팀은 혼성 2인조 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쿵쾅거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소리에 박력이 느껴지는 강한 동작들, 이들의 연습을 보고 있자니 보통 에어로빅을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그런 장면은 아니었다. 옥포에 위치한 연습장, 도착하자마자 달려 나와 깍듯하게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보통의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전국체전에 함께 출전했다는 강지애, 강경연, 신보람(옥포고 2) 세 명과 에어로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에어로빅 체조. 보통 1분 30초가량 이어지는 연기 중에 1초만 실수를 해도 바로 감점, 그 긴장감은 설명할 수가 없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선수들은 동작 하나를 이어갈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얼굴은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동작이 하나 틀리면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다.

그래도 점수 때문에 끝까지 표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뒤에서 경쟁잔데도 응원해주는 선·후배들을 보거나 상을 타면, 또 실력 느는 것을 축하해주는 부분은 기운이 나게 해준다.

에어로빅은 1년에 국내 대회만 7개, 보통 대회가 4-10월 사이에 몰려있다. 그래서 대회가 1달에 두 번 들어가는 경우는 1달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다.

강지애ㆍ강경연ㆍ신보람 학생. 이들은 셋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함께 방송 댄스를 배웠고, 그 이후 자유종목에 출전했다가 국가대표들이 에어로빅을 하는 것을 보고 반해버렸다.

자연스레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함께 에어로빅을 배우게 됐고, 특기생으로 옥포고에 지원했다. 옥포고에 소속되어 있는 남자선수 두 명은 중학교 때 비보이를 하던 친구들인데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함께 하게 됐다고.

운동을 하면서 힘든 점을 물어봤다. 셋은 이구동성으로 "개인 시간이 없는 게 힘들어요. 평일에는 저녁 6시 반부터 10시까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있는 협회에 올라가 하루종일 연습을 하거든요. 경기 때나 방학 때는 내내 협회가 있는 서울에서 합숙생활을 해요" 코치선생님이 잘 챙겨줘서 가끔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모든 시간과 집중력을 한 곳에 쏟아 붓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떤 점이 힘들까. 신보람 양은 기초단련과 동계·하계 훈련을 꼽았다. 보통 기초단련으로 복근단련, 근력운동, 전신운동, 유연성 운동 등을 하는데 방학 때가 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협회에서 짜준 프로그램대로 운동을 한다. 마음껏 먹을 수도 없는데다 매일 프로그램이 달라서 아침에 눈뜨면 날마다 다른 곳이 아프다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눈만 뜨고 못 움직이는 날도 있어요"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듣고 있는 사람은 안쓰러움이 더해진다.

운동을 하다 보니 몸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스트레스다. 몸이 가벼워야 난도나 동작을 하기가 쉽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마른 것이 좋다. 운동을 하고 나서 배고플 때 못 먹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먹고싶은 음식을 묻자 피자, 치킨, 탕수육 등 그 또래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름들이 줄줄이 나온다. 강경연 양은 "이런 음식은 먹더라도 되도록 낮에 먹고 서울에 있는 협회에 올라가면 전혀 못 먹어요"라고 말한다.

강지애 학생은 "길가다가 마른 여자들 보면 부러워서 한참 쳐다보고 있어요. 근력운동 하다보니 근육양이 늘어나고 그래서 살찌는 체질로 바뀌는데 체중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어요" 말했다.

어린 학생들인데도 힘든 부분을 참고 자기관리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평일에는 수업에 들어가지만 대회기간이 되면 거의 서울에 있어서 수업에 못 들어간다. 그래도 학교에 가면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힘이 된다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수업을 안 들어가기도 하고 시험을 안 치는 경우도 있어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몸은 우리가 더 힘들어요" 신보람 양이 말했다.

비인기 종목이라 사람들이 잘 몰라주는 아쉬움도 있다. "아주머니들이 하시는 에어로빅이랑 저희가 하는 에어로빅 체조를 구분을 못해서... 그래도 언론에서 많이 비춰주면서 인식이 좀 바뀐 것 같아 좋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올해 전국체전. 작년에는 고 3 언니와 팀을 짜서 나가 언니가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심적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살벌한 분위기를 덜어낼 수 있어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또 체전도 가까운 곳에서 열려 집에서 이동도 편했고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오셨던 점 덕분에 더 좋았단다.

"국제심판이나 코치가 꿈이지만 아직은 생각 중이예요" 셋 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에어로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유연성과 근력을 키운 후에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연성과 근력운동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하는 운동이지만 매일이 어려운 운동, 1분 30초라는 짧아 보이는 시간 동안 10개의 난도를 오차 없이 보여줘야 하는 운동, 본인이 노력한 만큼 나온다는 에어로빅. 세 친구의 미소와 연기를 보며 아주 조금은 그들이 노력해온 시간이 보이는 듯 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