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한결같이 학교 지켜온 윤정업 거제고 교장

"축구선수 꿈 접고 교직 생활 선택…축구부장 맡아 후진 양성에 심혈"
"학교 행정, 학력 기준 맞춰 경영…모교에 대한 자부심 잊지 않았으면"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긍심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 사랑하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싶다. 학생 스스로 학교에 대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9월 1일, 거제고 교장에 취임한 윤정업 교장(58)이 바라는 학교상이다. 

장목에서 나고 자란 윤 교장은 1979년 10월 거제고 체육교사로 첫 부임한 이래로 30년간 학교를 지켜왔다. 대학에서도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윤 교장이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 교장이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고 한다. 남들보다 많이 늦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고 2때 시작한 축구부에서 주장까지 하며 좋은 성적을 보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지도자로 갈 수밖에 없는 운동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고, 교직 이수를 하며 선생님이란 꿈을 꾸게 됐다고. 그렇지만 윤 교장과 축구의 인연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거제고와 축구의 인연을 이어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윤 교장은 거제고에 온 지 1년 만인 1980년 학교에 축구부를 꾸리게 된다. 교사로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에 감독직을 권하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축구부장으로 뒤에서 지원을 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팀 구성하는데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에서 지원을 시작한 후 축구 잘 하는 학생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고, 서정원, 김귀화 등의 학생들을 배출하며 대통령배 우승을 2번 하는 등 그 길로 축구부가 명문으로 갈 수 있었다고. 윤 교장은 축구부장은 19년이나 하며 축구부를 이끌어온 거제고 축구부의 아버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절대 못하게 했다. 아이들을 보면 뻔히 거짓말 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끝까지 질문해서 잡아내는 엄한 부분이 있었다" 윤 교장 자신에 대한 평가다. 윤 교장이 담배를 끊은 계기도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였단다.

"아이들에게 담배를 못 피게 하기 위해 나도 금연을 시작했다. 그게 벌써 19년이다"라며 옛 생각을 풀어냈다.

30년이라는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은 누구일까. 윤 교장은 한 명을 꼽기를 극구 사양했다. 그런 후에 밝힌 것이 31회부터 34회까지의 졸업생들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는 거제고가 지금처럼 공부를 잘 하는 명문학교는 아니었다. 과도기적인 시기였고, 선생님들도 열성적이었다. 그 때부터 서서히 학교 수준이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학생들이 정말 별나기도 했죠"라며 웃는 얼굴에서 과거의 추억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장이 그리고 싶은 학교의 모습을 들어봤다. "학교가 아이들 세계를 이해하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변하는 세계를 따라가야 합니다. 변하는 아이들 세대와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윤 교장은 말했다. 우선 교장으로서 학력에 기준을 두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 행정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일방적으로는 운영할 수 없는 시대라며 "지시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운영해나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윤 교장은 노력하고 있단다.

특히 최근에는 통학 버스 기사들에게도 아침 등교 시 아이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이것은 선생님들이 하는 등교 지도에도 마찬가지로 주문됐다. 하루의 첫 시작인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게 학업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소한 배려들이 학생들이 사랑하는 학교로 가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교장은 "거제고 학생 여러분, 항상 착실하게 생활해줘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착실한 점을 바탕에 두고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또 졸업 후에도 그 자부심을 잊지 말고 모교를 자주 찾는 학생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심화수업으로 고생이 많다. 항상 아이들을 주시하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뒤를 든든히 지키겠다"고 윤 교장은 말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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