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부잣집의 큰 잔치에 초대 받았다. 스님은 평소대로 허름한 옷 그대로 갔다. 그랬더니 문지기가 못 들어가게 막았다.

쫓겨난 스님은 돌아와 이번에는 아주 잘 차려 입고 갔더니 문지기가 굽실거리면서 안으로 모셨다.

잘 차려져 식탁 앞에 앉은 스님은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옷에 붓고 있었다. 주인이 이상하게 여겨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더니 스님은 "나를 초대한 것이 아니라 내 옷을 초대했으니까 당연히 옷이 음식을 먹어야지요."라고 답한다.

옷은 그 사람의 신분을 상징하는 코드다. 조선 경국대전에 정3품까지는 붉은색, 6품까지는 푸른색, 7품 이하는 초록색 공복(公服)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자들의 옷은 복잡하다. 여염집 여자는 치마를 왼쪽으로 여미고 기생은 오른쪽으로 여몄다. 반상의 여자는 치마가 길고, 서민이나 천민은 치마가 짧았다. 아가씨 때는 다홍치마에 색동이나 노랑저고리, 신부나 새색시는 다홍치마에 연두저고리, 결혼한 여자는 남색치마에 옥색저고리가 기본이다.

스님의 법의(法衣)가 가사(袈裟)다. 부처님 당시 인도의 승려들은 시신을 쌌던 천이나 버려진 천 조각을 기워 가사를 만들어 입었다. 따라서 출가한지 오래된 스님일수록 조각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조계종에서는 대종사의 반열에 드는 명사의 25조 가사가 최고의 지위를 상징한다.

천주교 신부님들의 '수단'이라는 사제복은 검정색이다. 검정은 '죽음'을 뜻하는 상복(喪服)으로 자신은 이미 세속에서 죽었음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목사는 특별히 지정된 유니폼이 없다. 모든 성도는 하느님 앞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인민복'이다. 이번 노동당대표자회의에서도 다른 참석자들은 모두 정장이거나 군복이었지만 유독 김정일과 김정은 두 사람만 인민복을 입고 있었다.

인민복은 이제 독재자의 패션코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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