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발가락이 몇 개냐고 물으면 황당하게 여길게 뻔하다. 참고로 악어는 앞발이 다섯 개, 뒷발이 네 개다.

거북 발가락은 앞뒤 모두 다섯 개다. 그런데 경주에 있는 국보 제25호 태종무열왕릉비의 귀부(龜趺)에는 발가락이 악어처럼 앞발은 다섯 개, 뒷발은 네 개다.

이를 두고 문화해설은 거북이 힘차게 나갈 때 뒷발의 엄지발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어 힘을 주는 모습이라고 하지만 거북은 지금 물속에 있는 게 아니라 뭍에 있으니까 왠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데 거북의 등에 무거운 물건을 얹으면 거북은 뒷발의 발가락 하나를 안으로 집어넣고 버티게 된다. 무거운 돌비석을 등에 진 거북은 자연히 발가락 하나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 천오백년 전 신라 석공들이 이런 비밀을 알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비석의 받침으로 거북이 선택된 이유는 장수(長壽)의 상징인 거북처럼 비석의 주인공이 남긴 업적이 길이길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남자의 음경 머리부분을 귀두(龜頭)라 하듯 거북이 곧추세운 머리의 각도와 젊은 남자가 곧추세운 성기의 각도가 유감 되면서 강인한 에너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남자의 그 부분을 귀두라고 이름 지은 것은 거북머리와 닮은 점도 있지만 성기의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염원하는 주술적 언어일 경향이 더 높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거북을 신령한 영물로 여기지만 '왕바단(王八蛋)'곧 '거북알'이라고 하면 중국에서는 아주 심한 욕이 된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거북과 뱀이 짝짓기 한다고 믿었다. 사신(四神) 중의 하나인 상상의 동물 '현무(玄武)'는 암컷 거북과 수컷 뱀이 얽혀 있는 모습인데 이는 거북과 뱀 사이에 난 자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바단'은 '네 엄마가 외도해서 낳은 놈'이라는 욕이다.

2008년 6월 거제도 바다에서 구조되어 작년에 방류했던 거북이 10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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