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새 농민상' 받은 신용원 자연농장 대표

폭설로 막사 붕괴, 화재로 돼지 200마리 소실 등 '우여곡절' 겪어
한우 장래성에 눈돌려 '재기'…전문 경영 위해 지식습득도 '온힘'

옛날에는 튼실한 소 한 마리 있으면 자식 대학 보내고 시집도 보냈다. 소는 농가에서 땅 다음으로 소중한 재산이었고 한 지붕 아래 든든한 친구였다.

그러나 요즘 소가 애물단지가 됐다고 온 농가가 한숨이다. 하지만 한 농민이 소 기르기를 업 삼아 '자랑스런 새농민상'의 주인공이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장목면 율천리에 사는 신용원(54) 대표다.

산 너머 저편에 한려수도의 맑은 물결이 출렁거린다. 농장 주변엔 풍성한 나무들이 둘러싸여 있다. 드넓은 바다의 기운이 전해지고 풍요로운 신록이 상쾌한 율천리 자연농장에서 신용원 대표를 만났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농가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느껴진다. 트랙터를 타고 작업에 열중하던 신용원 대표가 구수한 사투리와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낸다.

신 대표는 군 복무기간 외에는 고향 거제를 떠나본 적 없는 54년 거제 토박이. 원래 거제 천곡리 본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양돈업을 했다고 한다.

"우여곡절도 많았지요. 폭설이 와서 막사가 폭삭 내려앉은 적도 있었고 막사를 복구한 이듬해엔 불이 나 돼지 200마리가 모조리 불타버리기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 대표는 한우의 생산성과 장래성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 계기로 소 1두를 사서 차근차근 규모를 늘린 결과 현재 신 대표가 키우는 소는 200여두에 달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아내가 생고기 식당을 하며 자금을 보조해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많습니다."

신 대표는 소를 키울 때 자연을 중심으로 하되 시설도 간과하지 않았다. 효율적으로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 현대적인 시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인건비가 적게 들어야 수익이 늘어나는 게 농장 경영의 현실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때문일까. 지난 4일 찾은 신대표의 자연농장은 자동화 라인이 잘 구축돼 있었다. 신 대표 혼자 농장을 관리하기에도 무리가 없을듯 보였다. 인공수정이나 주사 등도 신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고 했다. 세심한 관리 덕에 유산은 물론 큰 질병 한번 발생한 적 없다니 신 대표의 깐깐한 소 사랑에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었다.

"소를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키웠습니다. 예부터 소는 때로 사람보다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까. 소는 농민의 가장 친한 벗이자 가족을 먹여 살리는 든든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대표는 지금 (사) 전국한우협회 거제시 지부장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도 하고 있다. 지역 축산인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어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도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신 대표는 특히 사료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료비 절감은 모든 농장의 숙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보다 전문적인 경영을 위해 '경상대 최고 경영자 과정(한우반)'을 이수하는 등 지식습득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크게 벌려는 욕심을 버리고 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와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 20년~30년 후를 내다보며 세계적인 축산 흐름에 맞춰 한 우물을 파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처음 소를 만졌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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