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붕의료재단 거제백병원 안경성 신임 병원장

5월 취임 후 매일 온갖 서류들과 씨름…지역특성 고려, 내·소아과 교수 보강
히포크라테서 선서 항상 잊지 말아야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진료와 서비스를 한다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병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경성 거제백병원 신임 병원장(73)과의 만남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과 몸짓에는 활력이 넘쳤다.

지난 5월 취임한 안 원장은 업무파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와 한양대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에서만 지내다 보니 이곳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병원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보니 어쩔 수가 없지요."

거제에 내려와 병원장직을 맡게 된 동기를 묻자 거붕의료재단 백용기 이사장과의 만남이 결정적인 동기라고 밝혔다. 

"거제백병원을 키워 우리나라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 의료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백 이사장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런 꿈을 가진 분과 함께 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병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인터뷰 동안 시종 웃음을 머금었던 그였지만 자신의 의료철학에 대해 말할 때는 표정이 달라졌다. 현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의 말에 묻어났다.

"요즘은 의술과 인술이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는 인술을 펼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의사는 단지 기술자(테크니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죠."

안 병원장은 대학 강의에 나서는 교수들과 가정교육의 문제점이 의술과 인술이 구별되지 않는 현 세태를 만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화제를 다시 백병원으로 돌렸다. 안 병원장은 진료를 보면서 병원을 꾸려나가는 일은 자신의 역량 밖이라고 말했다. 병원 경영에만 몰두해도 하루해가 짧다는 것이 안 병원장의 설명이다.

"백병원을 거제의 거점병원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인구밀도 등을 고려한 신중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지역특성에 맞는 병원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죠.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병원에 왔을 때 그들의 병을 확실히 해결할 수 있도록 병원을 세팅해 나가야 합니다. 요즘은 온갖 서류들과 씨름하느라 제법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안 병원장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 어떤 의사가 더 필요한지, 어떤 질병이 많은지, 의사 개개인이 어떤 환자들을 보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백병원 같은 준 종합병원은 개인병원과 달리 수입만 보고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공익사업이기 때문이지요. 행정과 얼마나 협조를 할 수 있는지, 공익과 수입 사이에서 얼마만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지가 병원장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병원장 취임 후 내과와 소아과 교수 2명이 백병원 의료진에 보강됐다. 20~30대가 많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안 병원장의 조치였다. 의료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지방병원이지만 안 병원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고나갈 태세였다.

"거제에 내려오니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죠. 여러 어려움이 많겠지만 백병원을 거제의 거점병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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