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민귀식 새장승포교회 목사
유대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백성들이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해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로 골치를 앓던 왕은 극약처방을 선포했습니다.

지금부터 거짓말을 하다가 잡히게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던 한 사람이 붙잡혀서 왕 앞에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왕이 공언한 대로 극형을 처하려고 하는 순간 거짓말을 하다가 잡혀온 그는 왕에게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왕이시여! 제가 비방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왕께 그것을 알려드리고 죽겠습니다." 

비방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한 왕이 그 비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그 때 끌려온 죄인이 대답하기를 "저는 과일나무 씨앗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 씨앗은 보통 나무 씨가 아니라 심기만 하면 바로 다음날 나무가 크게 자라서 과실을 맺습니다." 죄인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의 과실은 보통과실이 아니라 황금과실입니다. 황금과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신비한 나무의 씨앗입니다. 이것을 왕에게 바치고 죽겠습니다."

왕은 이런 신비한 것이 있나하고 기뻐하면서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 죄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꼭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씨는 정직한 사람만이 심어야 합니다. 만약 거짓말을 한번이라도 한 사람이 이 씨앗을 심게 되면 황금열매가 맺히지를 않습니다. 저도 황금열매가 탐이 나지만 거짓말을 한 죄인인지라 제가 심으면 황금열매가 열리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왕에게 드리오니 왕께서 심으셔서 황금열매를 거두시옵소서." 그랬습니다.

왕이 씨앗을 받고 보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씨앗을 심어서 황금열매가 맺히지 않으면 만천하에 왕이 거짓말을 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거짓말을 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처한다고 공표했으니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곤경에 빠진 왕은 점잖게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하기를 "일국의 제왕인 내가 어떻게 땅에 씨를 심겠는가?"하면서 자신의 옆에 있는 대신에게 그 씨앗을 넘겼습니다. 그 씨앗을 받아 든 대신 역시 "아이고 저는 사양하겠습니다"하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결국 그 씨앗은 이 대신에서 저 대신으로 저 대신에서 또 다른 대신에게로 옮겨 다닐 뿐, 아무도 그 씨를 받아서 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한 절친한 친구에게 하면서 우리 사회에 그 씨앗이 주어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씨앗을 받아 심고서 문제가 없이 황금과실이 열리면 자신이 한 것이라고 자랑할 것이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결코 자신이 심지 않았다고 오리발을 내 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이것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우리나라 일반 서민들의 정서입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우리 가정에서부터 정직을 실천하고 정직함을 가르쳐서 정직함이 꽃피는 사회, 진실함이 미소 짓는 사회, 결코 거짓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야하겠습니다.

정직한 삶을 위해 불의를 거부하고 부정을 배격하며 많은 손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누리는 사람, 기쁨으로 정직한 삶을 추구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는 아름다운 2천년 오월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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