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 환경미화원 "무슨 생각하면서 일하는지가 중요"

1989년 결혼 후 첫발, 10년 넘게 아동 복지원에 후원…두 아들도 '같은 길' 택해

기자가 처음 전화를 하자 윤대식씨(58·거제면)는 "지금 일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주세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꼬장꼬장한 성격의 어르신일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겁이 났다. 일 하실 시간을 빼앗아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러나 기우였다. 얼굴을 보고 쑥스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좋은 일 많이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하자 연신 고개를 저으며 부끄럽다고 말한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돕자고 한 거고 그걸 알리는 건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

10년이 넘게 아동복지원인 성로원과 사랑의 집에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는 그의 입에서 부끄럽다는 말이 나오다니. 농사를 지어 쌀까지 기탁한다는 그의 부끄럽다는 말은 기자를 오히려 부끄럽게 했다.

그가 처음 미화원을 시작한 것은 1998년, 올해로 12년째다. 결혼 후 거제면에 와서 환경미화원을 시작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을까.

"일이 힘든 것보다 종량제 실시한 이후에 아쉬운 부분이 있죠. 양심의 문젠데 종량제 봉투 안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윤대식씨는 그게 힘들거나 화가 난다기 보다는 다 아는 사실인데 좀 그렇다고 표현했다. 법적으로 하자면 봉지를 뒤져서 어느 집에서 나온 것인지 알아낸 후 처벌해야 한다고.

"그냥 내 돈으로 사서 봉투에 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근데 남의 마음을 내가 돌려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게 아쉽죠" 그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요즘 환경미화원도 경쟁률이 세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힘들잖습니까. 그렇지만 저는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요한 부분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 하는 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우문현답이다. 그는 나이가 많은 자신도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이 일을 하려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하려고 한다는 자체가 참 생각이 제대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는 환경미화원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할 만한 일이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용기 거제면장이 "이 집 아들이 둘 다 거제 시내에서 환경미화원을 하고 있어요"라고 거들었다. 윤대식 씨는 멋쩍게 웃는다. 권유하고 싶다던 그의 말을 이미 두 아들이 거제 내에서 실천하고 있다니. 그의 진심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그에게는 장가간 아들이 둘, 그리고 뒤늦게 얻은 금지옥엽 14살 딸 이렇게 2남 1녀가 있다. 뒤이어 자식들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이 환해진다. "아들만 키우다가 남들 있는 거는 다 있어야겠더라고. 그래서 딸을 낳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했다 싶죠. 아들 둘 다 장가보내고 딸이 보약이예요"

막둥이 딸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중 1인데 공부도 잘한대요. 반에서 5등 안에 들고 그런댔지?" 자랑에 인색한 윤대식씨 옆에서 김 면장이 또 거든다. 그는 대답은 않고 한가득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큰 꿈은 없어요. 이제 정년퇴직도 얼마 안 남았고. 그저 조그만 집에서 아픈 곳 없이 가족들이랑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별 욕심 없습니다" 이어 그는 "지금 당장은 계속 누구를 돕겠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때 가서 사정이 되면 돕는 거고..." 라고 끝까지 본인이 하는 일에 말을 아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모자를 집어쓴다. "그 모자 항상 쓰고 다니세요?" "먼지가 많이 날려서 써야 되요" 주름진 얼굴, 씨익 웃어 보이는 그의 모자에 땀으로 얼룩진 자국들이 눈에 띈다. 저 땀자국만큼 길 위의 쓰레기자국은 깨끗해졌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와 두 아들들은 우리가 눈여겨보든 그렇지 않든 거제 어딘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모자에 땀자국을 새겨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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