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형 新 새마을운동 '심심팔팔'④]'색(色)' 하나로 100대 관광명소 이룬 퍼플섬
관광객의 감탄사를 이끌기 위해 '보라색'으로 올인한 섬

지역 인구의 약 70%가 직·간접적으로 조선산업 종사자인 거제지역은 조선산업 다음으로 수산업과 관광업으로 살아가는 도시다. 특히 거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경남지역 제1의 관광지로 손꼽히며 1000만 관광객 유치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거제지역의 관광은 단순 자연경관에만 치중한 관광산업이 대부분으로 늘 인프라 부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최근 몇년 동안 조선산업 침체로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된 거제시는 지난해와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며 조선산업 뿐만아니라 관광산업까지 위기에 몰리려 있어 적극적인 정책 및 관광콘텐츠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거제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등 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역사와 테마형 관광자원을 찾는 일에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기획취재는 지역의 관광산업 부활을 염원하며 거제지역의 마을과 거리를 국내·외의 특색있는 거리와 비교·분석하고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찾아 거제지역의 실정에 맞게 비교·대입해보는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관광 콘텐츠 및 인프라 개발에는 적잖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침 올해 거제지역에는 다양한 국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기획 기사는 거제시가 진행 중 이거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관광지를 취재 대상지로 선정하고 이와 접목할 수 있는 국내외의 관광지를 찾아 대안을 제시를 목적으로 한 기획기사를 6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전남 신안군 반월도(두 개의 퍼플섬 중 하나).
전남 신안군 반월도(두 개의 퍼플섬 중 하나).

최근 몇년 사이 '퍼플섬'으로 더 유명해진 반월·박지도는 신안군 안좌도 앞바다에 붙어 있는 유인도다.

2008년 11월28일 준공한 퍼플교는 박지도에서 평생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가 '살아생전 걸어서 육지로 나오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김 노인의 간절한 소원은 2007년 신활력 사업으로 목교가 건설되면서 퍼플교를 '소망의 다리'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다 신안군은 2015년부터 보라색 테마의 '퍼플섬 조성사업'을 진행해 섬의 특색을 살린 둘레길과 등산로 등을 만들었다. 주민들도 팔을 걷고 나와 마을을 단장하며, 마을벽이며 지붕을 보라빛으로 물들이는 일에 동참했다고 한다.

퍼플섬은 최근 '가고 싶은 섬이나 관광지'를 선정하는 설문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됐다. 더구나 지난 2월에는 CNN·폭스뉴스 등 외신들이 신안의 퍼플섬을 대대적으로 기사로 다루면서 세계적인 명소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당시 CNN은 퍼플섬을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이라 극찬했으며, 폭스뉴스도 퍼플섬이 독창적인 마케팅으로 많은 관광객을 맞이 하고 있다고 평했다. 독일의 위성TV 방송과 홍콩의 유명 여행 잡지에 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된 퍼플섬의 유명세는 빠르게 전파됐고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신안군에 따르면 퍼플섬을 처음으로 보라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 지난 2015년 관광객 3만5000여명으로 3만명 선을 몇년 유지하던 것이 2019년 28만4700여명까지 늘었다.

또 지난해부터 새롭게 다리를 만들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만3000여명이 퍼플섬을 다녀갔다.

퍼플섬에 가면 건축물은 물론 길가의 핀 꽃조차 보라빛 일색이다.
퍼플섬에 가면 건축물은 물론 길가의 핀 꽃조차 보라빛 일색이다.

세심함 깃든 퍼플섬의 보라사랑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퍼플교(1.4㎞)'로 불리는 보랏빛 다리를 건너면 퍼플섬인 박지도와 반월도에 차례로 닿는다.

안좌면 두리마을과 박지도~반월도를 연결하는 총길이 1462m(두리~박지 547m·박지~반월 915m)의 해상 보행교. 퍼플섬 입구답게 모두 보랏빛 일색이다.

퍼플섬에 가려면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보라색 의류를 착용하거나 소품을 챙기는 것이다. 기자가 퍼플섬을 찾았던 날도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보라색 소품을 챙겨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퍼플섬에서 보라색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비와 우산을 대여하고 반납할 때 금액을 되돌려 주기도 했다.

퍼플섬 내에는 일반주택 지붕과 담벼락을 비롯해 식당·정자·공중전화부스·펜션·카페 등 거의 모든 것이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신안군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반월·박지도(퍼플섬)로 가려면 1.4㎞의 퍼플교를 지나야 한다.
신안군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반월·박지도(퍼플섬)로 가려면 1.4㎞의 퍼플교를 지나야 한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만나는 도로 분리대와 분리수거 박스는 물론 멸치를 잡기 위해 설치한 죽방까지 보라색이었다. 심지어 천사대교에서 퍼플섬에 이르는 구간에 설치된 거의 모든 버스정류장도 보라색으로 치장을 했다.

이밖에 라벤더·자목련·수국 등 관광객 감상용 조경은 물론 주민들도 웬만하면 보라색 옷을 맞춰 입고 다녔다. 다만 퍼플섬을 제대로 느끼려면 봄과 가을이 최적기로 보인다. 안내소 직원도 퍼플섬은 라벤더가 만개하는 봄과 보라색 국화가 피는 가을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특히 특별한 체험보다는 걷기 및 산책 위주의 관광을 해야 하는 퍼플섬 여행의 특성상 여름 보다는 선선한 계절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퍼플섬은 두 섬 모두 둘레를 따라 길이 잘 조성돼 있기 때문에 해안경관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누리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또 두 섬 입구에는 섬 일주를 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탈 수 있고, 어깨산(201m)에 오르면 마을과 퍼플교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최근 퍼플섬의 유명세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뷔가 'I PURPLE YOU(아이 퍼플 유)'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I PURPLE YOU'는 일곱빛깔 무지개의 마지막색 '보라'처럼 상대방을 끝까지 믿고 함께 사랑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퍼플교는 '살아 생전 걸어서 육지를 걸어가고 싶다'는 김매금 할머니의 소망다리이기도 하다. 사진 가운데는 보라색을 칠해져 있는 멸치 잡는 죽방 모습.
퍼플교는 '살아 생전 걸어서 육지를 걸어가고 싶다'는 김매금 할머니의 소망다리이기도 하다. 사진 가운데는 보라색을 칠해져 있는 멸치 잡는 죽방 모습.

무분별한 컬러마케팅 도시 이미지 및 다양성을 해칠 우려도

각종 도시재생 사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벽화사업이다. 하지만 벽화는 인근 통영이나 동해의 묵호항과 같이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성공 사례만 보고 주제도 스토리텔링도 없이 일단 시작부터 했다가 시민과 관광객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면 흉물로 남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라남도 신안의 일명 퍼플섬의 성공 사례는 남달랐다. 이탈리아의 산토리니의 하얀색에 버금갈 색(色) 마케팅으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컬러마케팅도 컬러마케팅 나름이다. 도시공간 특정색 입히기 '컬러 마케팅'이 도시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퍼플섬도 처음부터 컬러마케팅을 기획했다기 보다는 '김매금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라는 스토리텔링에서부터 시작했다. 더구나 컬러마케팅은 벽화사업보다 주민들의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지역주민과 충분히 협의가 필요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일정 지역을 한가지 색으로 극대화한 전략인 탓에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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