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형 新 새마을운동 '심심팔팔'③]경주 황리단길에서 거제 기성관길을 묻다
'수학여행지' No, 이제 감성 여행지라 불러주오

지역 인구의 약 70%가 직·간접적으로 조선산업 종사자인 거제지역은 조선산업 다음으로 수산업과 관광업으로 살아가는 도시다. 특히 거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경남지역 제1의 관광지로 손꼽히며 1000만 관광객 유치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거제지역의 관광은 단순 자연경관에만 치중한 관광산업이 대부분으로 늘 인프라 부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구나 최근 몇년 동안 조선산업 침체로 고용위기지역에 지정된 거제시는 지난해와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며 조선산업 뿐만아니라 관광산업까지 위기에 몰리려 있어 적극적인 정책 및 관광콘텐츠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거제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등 지역의 특색있는 마을과 거리를 역사와 테마형 관광자원을 찾는 일에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기획취재는 지역의 관광산업 부활을 염원하며 거제지역의 마을과 거리를 국내·외의 특색있는 거리와 비교·분석하고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찾아 거제지역의 실정에 맞게 비교·대입해보는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 관광 콘텐츠 및 인프라 개발에는 적잖은 예산이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침 올해 거제지역에는 다양한 국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기획 기사는 거제시가 진행 중 이거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관광지를 취재 대상지로 선정하고 이와 접목할 수 있는 국내외의 관광지를 찾아 대안을 제시를 목적으로 한 기획기사를 6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신라의 영광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왕릉이 즐비한 경주는 과거 수학여행 단골 도시였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경주(서라벌)에는 17만8936호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가구당 5~6명으로 계산하면 90만~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살았던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였던 셈이다.

하지만 1000년 세월이 지난 뒤 경주는 말 그대로 유적의 도시가 됐다. 역사 교과서 자주 등장하던 경주는 오히려 곳곳에 묻혀 있는 문화재 탓에 도시 개발에 한계가 있었고 현재까지 고층빌딩 하나 없는 도시로 변해 관광객이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불국사·석굴암·첨성대 등 학습과 여행이라는 조합은 젊은이들보다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추억하는 연령층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랬던 경주가 몇년 전부터 골목길 하나로 수학여행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감성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지며 젊은 여행객으로 붐비는 여행지가 됐다.

경주의 '경리단길'로 불리는 '황리단길' 일대.
경주의 '경리단길'로 불리는 '황리단길' 일대.

경주 황남 큰길…세련되고 모던한 길로

그 배경에는 황리단길이 있다. 이태원의 경리단길처럼 경주 황남동에 있어서 이름 붙여진 황리단길은 경주시 황남동 포석로 일대의 '황남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이다.

2017년 전부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황리단길'은 내남사거리 대릉원 서쪽 담에서 시작돼 황남 파출소 부근 골목 깊숙한 곳까지 형성돼 있다.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은 원래 개발이 낙후된 지역이었던 곳으로, 카페와 소품가게 등이 들어서며 옛 것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를 보여주는 곳이 됐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민속촌처럼 한복 대여점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 한복을 빌려 입고 거리를 걸어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들을 따라 골목을 걷다 보면 옛 감성을 절로 느낄 수 있다.

황남동 근처에 위치한 대릉원은 고분군으로 미추왕릉·천마총을 비롯한 30기의 고분이 자리잡고 있다. 역사유적이라 고리타분할 것 같지만, 나무가 거의 없어 잔디가 깔린 너른 언덕같은 느낌을 주는 곳으로 인스타그램속 커플여행·우정여행 포토존으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전통한옥 스타일이나 옛 정취 묻어나는 낡은 건물을 고풍스럽게 꾸며서 건물 자체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젊은 층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 황남동 일대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황리단길 일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둘러싸여 건축물 고도규제를 받는 지역이다. 하지만 한옥 구조의 민가들이 잘 보존돼 있어 옛 마을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전통성을 간직하면서도 세련된 모던함이 조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황리단길의 오래된 건물과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전통한옥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평일에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황리단길의 오래된 건물과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전통한옥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평일에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골목마다 색다른 풍경, 다양한 맛집은 덤

황리단길을 걷다보면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들과 함께 음식점·사진관·서점·빵집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골목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골목마다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활기를 띠고. 독창적 콘텐츠를 가진 가게를 찾는 청춘이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느끼는 곳이었다.

주민에 따르면 오히려 너무 오래됐거나 전통있던 가게는 황리단길의 발달과 함께 사라지기도 했다. 특히 황리단길 일대에 많았던 점집들은 지금은 몇 남지 않았고, 대신 1000원 한 장으로 오늘의 운세를 A4용지 한 장 가득 띠별로 알려주는 운세캡슐 자판기를 쉽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지만 황리단길의 평일은 주말 못지않은 관광객으로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황리단길 여행은 다양한 콘텐츠만큼이나 다양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들은 각종 SNS에 소개된 맛집들을 마치 보물찾기하듯 검색하며 찾아 다니고 있었다.

또 황리단길에서는 독립책방이나 공방, 개인 미술관 등도 인상 깊었다. 최근 들어선 베이커리 가게와 수제과자점·액서서리가게·옷가게·소품점이 새로운 감성으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황리단길 인근은 첨성대·대릉원(미추왕릉·천마총) 등 세계문화유산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황리단길 인근은 첨성대·대릉원(미추왕릉·천마총) 등 세계문화유산도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변화를 받아들인 경주 사람들

황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오래된 선술집과 점집이 전부였던 황리단길은 40~50년 전까지 '오래된 도심'으로 불렸지만 주민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결과 황리단길은 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됐다. 황리단길이 전국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주변 유적지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황리단길은 경주의 주요 유적지를 걸어서 갈 수 있는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황리단길 주변 유적지도 덩달아 이득을 보고 있다.

황리단길 초입에는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이 버티고 있고 황리단길을 가로질러 조금만 걸으면 첨성대, 월성 동궁과 월지 등이 있는 유적지대가 나온다.

경주시도 최근 부쩍 늘어난 황리단길에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계획해 황리단길 관광객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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