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내가 중·고등학생이었던 40여년 전만해도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에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송곳 꽂을 땅 한 쪼가리 없는 섬에서 뭘해서 잘 먹고 잘 살겠는가. 오직 공부, 공부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너나없이 공부에 매달렸고 그 결과 정말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공부만 해서 잘 먹고, 잘 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창의력·개성의 시대다. 물론 일반화의 법칙을 적용하자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공부만으로는 성공에도 한계가 있다. 요즘은 성공한 사람도 인간성이 나쁘거나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매장되는 사회가 아니던가. SNS로 어떤 사람의 어린 시절까지 낱낱이 다 파헤치는데 하루도 안 걸린다.

2021년부터 거제시청과 거제교육지원청이 연합해 거제행복지구마을 학교를 시작했다.

마을학교란 쉽게 말하자면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배움의 장을 단지 학교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터를 넓히고, 삶과 앎을 일치시켜 불안정하고 위험과 갈등의 딜레마가 가득할 미래사회를 대비해 학생 스스로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도움을 주는 교육현장을 말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커리큘럼만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창의력과 배움의 욕구를 다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마을학교를 통해 능력있고 재능있는 다양한 분야의 마을교사들을 만나 각자가 원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거나 숨은 재능을 알게 될 수도 있다. 학교 공부만으로 무언가를 이루거나 무엇이 돼야 한다는 과거의 공부지향적 학습방법보다는 체험과 활동 위주의 교육이 요즘 학생들에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학생들의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거제행복지구마을학교는 다양한 분야로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 지역중심마을학교는 그야말로 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소그룹으로 학교가 만들어져 지역의 아동이나 학생들이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거제 지역중심마을학교는 모두 15개 학교로 거의 각 지역마다 마을학교가 있다. 여기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니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꼭 관심을 가지고 어느 학교에서 무엇을 교육하고 있는지 한 번쯤 챙겨볼 만하다.

나는 지난달 두 개의 마을학교를 방문했는데 정말 학교에서는 해줄 수 없는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론을 배우는 수업이라면 당연히 자거나 잡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교직에 있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마을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런 학생들이 없이 다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재미있어 했다. 학교 정규교육에서는 다 마련해줄 수 없는 다양한 교육방법과 재료가 등장했고, 수업내용도 학생들이 흥미로워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러니 누가 수업시간에 졸겠는가.

주말이나 방과 후에 집에서 뒹굴며 인터넷 게임·만화나 들여다보고 있는 자녀들을 도끼눈을 뜨고 흘겨보며 잔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마을학교를 알아보고 자녀들의 적성에 맞는 마을학교에 보내 보는 것도 자녀들의 창의력·재능 계발에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거제 학부모님들, 거제행복지구마을학교에 대해 한번 알아보는 것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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