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의 도시 거제와 1000만 관광객 유치의 꿈 ⑤]
거제의 성곽 문화재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까?

이번 기획은 전국의 유명 성곽유적을 둘러보고 거제지역의 성곽 문화재를 활용한 관광지 개발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취재를 계획했다. 또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각 성곽유적의 관리실태와 관광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성곽유적 관련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시민에게 알리고 거제지역의 성곽 관리와 관광 발전방향 등에 대해 거제시에 조언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거제지역의 성곽유적을 관광화 하기에 앞서 시민은 물론 거제시의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취재 장소인 태안 안흥진성, 순천 낙안읍성, 경기도 광주시의 남한산성은 거제지역의 지세포진성·사등성·둔덕기성과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거제지역의 성곽유적은 삼국시대 이후 외침에 맞선 조상의 얼이 담긴 곳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보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문화재다. 사진은 사등면 사등성 복문지 모습.
거제지역의 성곽유적은 삼국시대 이후 외침에 맞선 조상의 얼이 담긴 곳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보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문화재다. 사진은 사등면 사등성 복문지 모습.

꾸준한 관리와 보존…발굴 및 학술연구

안흥진성은 우리나라 수군 진성중 처음으로 사적에 등재된 곳이다. 1655년(조선 효종 6년) 안흥항의 뒷산에 돌로 쌓은 뒤 오랫동안 서해안 방어의 요충지로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던 안흥 지역은 예부터 중국 사신의 주요 기착지라는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반면 지세포진성은 세종 때부터 진이 설치돼 왜구의 금압 정책인 계해약조와 조선시대 통신사의 주요 기착지로 일본과의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역사성에서 만큼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안흥진성이 조선수군진 최초의 사적이 될 수 있었고 지세포진성은 도지정 문화재에 머무르고 있는 결정적인 차이는 관리와 보존보다는 학술연구 및 발굴 작업에 있다.

태안군이 지방문화재 등록 이후 꾸준한 관리와 보존의 노력이 깃든 결과물이었다면 지세포 진성은 거제의 여러 수군진성 중 하나일 뿐이었다. 문화재를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지자체를 보면 문화재에 대한 중·장기적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지자체가 많다.

더구나 문화재는 복원·발굴·보수·유지 등 적잖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꾸준한 학술대회와 발굴을 통해 가치를 알리고 문화재청이나 정부·도 단위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세포진성은 현재 성곽의 형태가 양호한 상태인데다 몇 년 전 발견된 해자에 대한 학계의 관심도 높아 학술연구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세포진성은 인근에 대형 숙박업소와 관광지가 있고, 성곽을 돌아보는 둘레길이 조성돼 풍경과 운치도 좋은 편이다. 또 지난해부터 거제시가 성내에 식재한 허브군락도 적잖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어 거제지역의 제2산업인 관광산업과 관련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인 곳으로 보인다.

지세포진성 뿐만 아니라 거제지역에 남아 있는 성곽유적은 모두 뛰어난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어 앞으로 꾸준한 발굴과 보존 대책이 필요한 곳들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왜성에 대한 기획이 취소됐지만 16세기 동아시아 최대의 전쟁이었던 임진왜란 7년의 흔적인 거제지역의 왜성에 대한 재조명과 문화재 지정도 시급해 보인다.

거제지역 성곽 유적의 관광지화에 앞서 안내판과 편의시설 등이 시급하지만 스토리텔링 사업과 홍보도 꼭 선행돼야 할 사업이다. 사진은 둔덕면 둔덕기성.
거제지역 성곽 유적의 관광지화에 앞서 안내판과 편의시설 등이 시급하지만 스토리텔링 사업과 홍보도 꼭 선행돼야 할 사업이다. 사진은 둔덕면 둔덕기성.

관광객 유치…안내판·편의시설 필수

기획취재를 통해 방문한 타 지역의 성곽 문화재와 거제지역의 성곽 문화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거제지역의 성곽유적 대부분이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거제지역의 성곽유적은 기획취재에서 만난 성곽유적과 비교했을 때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경관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었고 산성의 경우 주요 등산로와 인접해 적잖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거제지역 성곽 중 기본적인 편의시설인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 둔덕 기성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생겼고 옥산성지의 경우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정도다.

안흥진성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적 등재 이전부터 주차장과 화장실 관광 안내소까지 갖춰 놓은데 비해 안흥진성 보다 10년 앞서 사적에 지정된 둔덕 기성은 최근에야 화장실과 벤치, 탐방로가 만들어졌다.

현재 거제지역의 성곽유적은 점점 자연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방 문화재에도 등재되지 못한 일부 성곽 유적과 왜성 대부분은 안내판조차 없는 곳이 있어 해당 성곽유적을 지나는 관광객에게 돌무더기 취급받기 일쑤다. 거제지역 왜성중 유일하게 지방문화재에 등재돼 안내판이 설치된 장문포왜성은 본성을 제외한 외성만 문화재에 지정돼 있기도 하다.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안내판조차 없는 성곽유적은 역사학계와 관련된 사람이거나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 아니면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지역에서 지역의 문화재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 관광객들이 일부러 그 지역의 문화재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성곽보존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복원과 발굴 학술연구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사진은 일운면 지세포진성.
성곽보존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복원과 발굴 학술연구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사진은 일운면 지세포진성.

아는 만큼 보이는 문화재 스토리텔링

관광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역설하면 관광지를 만들려면 관광에 대한 콘텐츠와 정보에 대한 홍보가 있어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다.

거제지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수많은 성곽 유적은 삼국시대 이래 끊임없이 이어진 외침에 맞선 호국의 흔적이다. 그만큼 많은 사연과 전설을 간직한 곳 또한 성곽 유적으로 스토리텔링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특히 산성이 많은 우리나라 성곽 유적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을 즐기는 둘레길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사업이 활발했다.

안흥진성의 경우에는 안흥진성과 신진도 섬을 연결하는 안흥나래교를 만들어 태안군의 새로운 해양관광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안흥진성이 개방하고 있는 3곳의 성문마다 이어진 둘레길을 정비한 상태다.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손꼽는 낙안읍성은성곽과 관아건물·고즈넉한 돌담길과 소담한 초가에 직접 거주하는 200여명의 주민이 600년의 역사와 전통·민속문화를 보존하며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스토리텔링 사업을 하고 있다.

낙안읍성은 복원된 자체가 스토리텔링이지만 유적 곳곳을 돌아보다 만나는 간판마다 낙안읍성의 사소한 전설과 이야기 하나 빠지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일반적인 민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함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토리텔링 사업을 지향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성곽 유적중 하나다.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매년 300만명에 육박하는 남한산성 방문객 대부분이 남한산성을 걷거나 등산을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는데 그중 대다수가 '남한산성 옛길'을 코스별로 즐기고 있었다. 더구나 남한산성의 스토리텔링 사업은 남한산성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된 이후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스탬프투어를 이용할 수 있는 '남한산성 옛길 스탬프 투어'앱 개발까지 더해 남한산성을 찾는 방문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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