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대학교수 대신 시골 중학교를 선택한 박상욱 장목중학교 교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선 적잖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그 실천을 위해서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3월2일 장목중학교에 부임한 박상욱 교장의 이야기다. 그는 33살에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의대학교에서 중등교사 양성과정 교직학부 교수를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학습복지융합학회 초대 학회장까지 맡는 등 교육계에선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취임 후 줄곧 '왜 전교생 19명인 초미니 시골 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의 길, 그리고 장목중과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골학교 장점 살려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환경 위한 도전"

박 교장이 거제지역에서 전교생 수가 가장 적은 장목중 교장으로 부임한 배경에는 학교법인과의 인연도 한 몫 했다. 아울러 시골학교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현장에 정면으로 부딪쳐 보기 위해서였다.

또 그동안 대학 현장에서 교육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 경험을 토대로 이론과 실제 교육현장의 현실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몸소 느끼며 실천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박 교장의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목중의 환경을 알게 된 후 몇년동안 100번도 넘게 장목중을 오가며 오랜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그는 취임 후 열악한 교육환경에 노출된 장목중 학생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을 방향성으로 잡고 이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장목중이 비록 시골의 작은 중학교지만 장목중에서 이뤄지는 교육 만큼은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품질을 자랑하는 학교로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의 취임 후 5월까지 장목중은 지역에 학교의 존재를 알리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6월부터는 장목중이 불러온 변화의 과정과 그로 인해 형성된 긍정적인 성과를 알리기 위한 성과보고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교육이 교육자 중심의 교육으로 흘러가고 있고, 이러한 유형의 교육은 배움의 목적 보다는 수업과 진도를 진행하기 위한 교육으로 변질돼 공교육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교사들에게 장목중을 도시 학교보다 더 세련되고 질 높은 교육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학생, 즉 교육수요자 중심의 학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갑자기 시작된 변화에 박 교장과 교사들의 이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장목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취임 후 전학생만 3명, 누구나 다니고 싶은 시골학교 만들 것"

박 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로부터 태블릿PC와 학습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지원 받았다. 이어 국내 최고 사교육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만든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KAPTS)'에 장목중 학생들의 개인상담과 진로 컨설팅 로드맵 자료를 지원받는 일까지 성사시켰다.

이는 박 교장이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재능별 맞춤식 교육, 학생 개개인에 맞춘 특성화 교육 실현 등 역량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목중이 실행하고 있는 교육 방식이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절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이 장목중에 가져온 변화의 바람은 곧바로 학생수 증가로 이어졌다. '첫술에 배부를 일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도입 초반부터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전학상담 전화가 걸려올 정도였다.

박 교장 취임 후 장목중은 학생수가 3명이나 늘어난 상태다. 사등면 성포에서 장목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30분 남짓 걸리는 등·하굣길을 마다않는 학생을 시작으로 인근 부산지역과 경기도 김포에서까지 전학왔다.

장목중과 박 교장의 명성에 이끌려 전 가족(각 4인)이 이주하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내년부터는 또다른 도전을 시도할 계획이다. 앞으로 장목중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학교 학군 배정과는 별도로 시험에 통과한 학생들만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장목중의 시스템이 소수의 특성화 교육인 만큼, 도시지역 학생들에게도 질 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교육의 목적은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결국은 자신의 최종 직업의 선택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다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목중이 특성화라는 이름으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한 것은 과밀학급에서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것으며, 작은 학교만의 장점을 살린 교육 패러다임 구축으로 실용적인 '개개인의 맞춤식 교육'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그가 앞으로 장목중에서 펼쳐보일 교육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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