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용어 중 '개판'은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태를 이르는 대표적인 비속어다. 그러나 본래의 뜻은 다르다. 씨름경기에서 동시에 땅에 닿으면 심판이 경기를 다시 하라는 '개판(改-)'을 선언한데서 온 말이다. '개판 오분전'은 6.25전쟁 당시 부산에 피난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있었는데 배식시작 5분 전에 "개판 오분전(開飯 五分前)입니다"라고 외쳤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지금은 모두 변질된 개판(犬-)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리는 것을 두고'도떼기시장'이라 한다. '도매=도거리=도떼기'이고 '소매=낱떼기'다. 따라서 '도매로 떼는 시장'을 말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다. 본뜻은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성격을 축약한 것인데, 지금은 안면도 체면도 없이 몰골 사납게 싸우는 꼴을 일컫는다. '난장판'의 '난장(亂場)'은 조선후기 엉망이 되어버린 과거시험장의 풍경을 빗된 것이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법당이 좁아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듣도록 만든 자리를 말하는데, 요즘은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킨다. 사람이 어떤 궁지에 몰리면 '에이! 이판사판(理判事判)이다'라는 말을 쓴다.

이때 이판은 공부승(工夫僧)이고, 사판은 산림승(山林僧)이다. 조선시대 스님은 천민계층의 신분이었다. 이 때문에 이판이 됐건 사판이 됐건 죽고 살기고 끝장까지 가보자는 뜻으로 변질됐다.

'아수라장(阿修羅場)'은 싸우기를 좋아하는 악신의 이름에서 왔고, '아사리판'은 소승불교에서 덕이 높은 스승이나 승려를 일컬어 아사리(阿闍梨)라 부르는데서 유래한다. 학식 높은 아사리들이 모여 격렬한 논쟁을 하다 보니 남들 눈에는 그저 싸움질이나 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께서 "아사리판에는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말씀이 화제다.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아사리판이 돼버렸는지 참 딱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