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의 도시 거제와 1000만 관광객 유치의 꿈④]
삼전도의 한이 서린 남한산성과 의종의 눈물이 베인 둔덕기성
역사의 숨결 따라 걷는 세계 문화유산 '남한산성'

지난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전란시 백성과 임금이 대피하는 임시 수도 역할을 위해 계획적으로 세워진 산성도시이다.
지난 201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전란시 백성과 임금이 대피하는 임시 수도 역할을 위해 계획적으로 세워진 산성도시이다.

2014년 국내 11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매년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남한산성은 본성 9㎞·옹성 2.71㎞ 등 성곽의 규모만 11.76㎞ 달하는 국내 최고,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다양한 역사와 코스를 갖추고 있다. 남한산성은 단순히 성벽을 따라 걷는 일만 하루 종일 걸릴 정도로 산성의 계곡마다 다양한 이야기와 유적을 품고 있다.

특히 남한산성은 병자호란과 조선의 16대 왕인 인조의 한이 서린 곳으로 다크투어리즘의 현장이기도 하다. 시대와 대상은 다르지만 한 나라의 임금에 대한 굴욕과 아픈 역사를 간직했다는 점에서 거제의 대표 성곽유적인 둔덕 기성과 비교해 볼 만한 성곽유적이다.

병자호란으로 삼전도에서 무릎 꿇어야 했던 조선의 인조와 고려 의종이 무신정권으로 3년간 둔덕기성에 유폐됐다고 전해지는 두 곳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성곽유적 콘텐츠가 숨쉬는 곳이다.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672년)의 옛터를 활용해 처음 지어진 남한산성은 조선 인조 4년(1626)에 대대적으로 구축됐으며 지형적으로 평균 고도 해발 480m 이상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해 방어력을 극대화한 곳이다.

12㎞에 달하는 성곽의 규모는 도시가 만들어질 만큼 넓은 분지로 전쟁이 나면 백성과 함께 임금이 대피하는 곳으로 유사시 임시수도 역할을 위해 계획적으로 축조된 국내 유일의 산성도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트래킹 성지가 된 난공불락의 남한산성

남한산성을 둘러보는 코스는 성곽 밖과 안으로 걷는 방법에 따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매년 300만명에 육박하는 남한산성 방문객 대부분이 남한산성을 걷거나 등산을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성곽 밖을 걸으면 역사상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는 난공불락 남한산성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고 성곽을 밟으며 걸으면 남한산성이 간직한 다양한 역사와 만날 수 있다.

산성에는 동서남북으로 큰 성문이 있고 비밀통로인 16개의 암문이 있다. 이문들을 통하면 밖과 안을 교차하며 걸을 수 있다. 성곽 밖을 걷다가 안으로 들어오면 녹음이 가득한 자연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화문으로 불리는 남한산성의 남문은 1919년 3.1운동 당시 300여명의 주민들이 만세를 부르며 산성안으로 진입해 시위행진을 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남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길은 웬만한 등산코스 못지않게 경사진 구간이지만 하남의 위례신도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였다.

남한산성의 우익문이라 불렸던 서문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항복한 인조가 삼전도로 향했다고 전하는 곳이다. 서문은 남한산성의 4대 문중에 규모가 가장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문에서 북문으로 가는 길에는 남한산성의 랜드마크 수어장대를 만날 수 있다.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건립됐는데 같이 지어졌던 5개의 장대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경기도 유형문화재 1호에 지정돼 있다. 남한산성 취재 당시 남한산성의 북문은 보수공사로 출입을 제한해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전승문으로 불리는 북문은 조선 시대 세곡을 이 문을 통해 운반했던 곳이다. 병자호란 당시 북문에서 대기하던 조선군 300명이 청나라의 기습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장소로 패전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전승문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북문에서 다시 서문쪽으로 내려와 남한산성의 행궁으로 가는 길에 '잠시 앉아만 있어도 술이 깬다'는 취성암에 앉아 땀을 식히며 주변을 둘러보니 평일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을 찾는 등산객이 많아 마스크를 벗을 여유조차 없었다.

남한산성의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와 관측 등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휘소로 남한산성의 5대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남한산성의 '수어장대'는 장수의 지휘와 관측 등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휘소로 남한산성의 5대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걷고·보고·체험하는 남한산성 길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는 남한산성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텔링을 배경으로 다양한 축제·체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대규모 체험·축제는 전면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없었던 과거 남한산성의 스토리텔링 사업은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한몫 했을 정도다.

지난 2012년 경기도는 남한산성의 유·무형의 관광자원을 재조명하는 스토리텔링 사업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사업으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의 스토리텔링 사업이 활성화 된 배경엔 남한산성의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역사와 명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갖고 꾸준히 관련 사업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군의 침입으로 조선 조정이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47일 동안 일어났던 일을 다룬 2017년 개봉 영화인 '남한산성'도 남한산성의 스토리텔링 사업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영화 '남한산성'의 흥행은 지난 2017년부터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가 운영하는 '남한산성 옛길 스탬프투어'의 활성화로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스탬프투어를 이용할 수 있는 '남한산성 옛길 스탬프 투어'앱 개발까지 더해 남한산성을 찾는 방문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가 자랑하는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시대 왕들이 여주의 영릉을 참배하러 갈 때, 보부상들이 보따리를 지고 인근 장터를 떠돌 때,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향할 때 지나던 길이었고 한다.

남한산성 옛길 4개 코스는 위례신도시 주민센터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남문(지화문)까지 이르는 길로 남문길 초입에서 바위에 글귀를 새겨놓은 금석문을 만날 수 있다.

남한산성 서문길은 서울특별시 송파구 거여동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서문(우익문)까지 이르는 길로, 서문으로 오르면서 남한산성의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다. 남한산성 북문길은 하남시 광주향교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북문(전승문)까지 이르는 길로 북문길 초입에 위치한 광주향교와 상사창동 연자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남한 산성 전부를 만날 수 있는 남한산성 동문길은 남한산성 동문(좌익문)에서 시작해 남한산성 로터리를 지나 북·서·남문을 지나는 순환길이다.

남한산성 성곽 전체를 둘러봐야 하기에 웬만한 체력과 시간투자 없이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는 동문길은 옛날 고관들이 풍류를 즐겼던 지수당과, 군사훈련 시설이었던 연무관 등 남한산성 내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남한산성 내에는 국가사적 제480호 남한산성행궁을 비롯해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호 수어장대·제2호 숭렬전·제3호 청량당·제4호 현절사·제5호 침괘정·제6호 연무관 등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마다 문화재가 있다.

또 의병투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지였던 항일운동기념탑·경기도 광주지역의 항일운동과 3.1만세운동의 중심지이자 만해 한용운기념관과 해공 신익희 선생 동상이 자리잡고 있는 '항일운동기념탑', 남한산성을 찾는 등산객의 필수코스라는 남한산성내 백숙(식당)거리도 잊지 말고 둘러봐야 할 장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성인 남한산성 내부는 현재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성인 남한산성 내부는 현재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문화공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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