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대학교 제8대 조욱성 총장

"기자님 혹시 거제대학이 없는 거제를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에 대해 기자가 던진 질문에 거제대학교 조욱성 총장이 되려 질문을 던진 상황이다.

조 총장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퍽 난감했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거제지역과 조선산업을 따로 이야기할 수 없듯, 거제대학을 뺀 거제의 미래에 대해 속 시원하게 대답할 지혜도 없거니와 솔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다.

조선산업의 발달로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거제지역 경기의 침체가 이어져 온 만큼 거제대학도 지역 기업의 든든한 지원이라는 햇살 아래 성장을 거듭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좋지 못했다. 조 총장과의 이야기는 지난 2019년 2월 거제대학교 총장실의 주인으로 앉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조선산업 현장의 산증인…대학 총장에 되다

1982년 거제지역의 조선산업이 막 기지개를 켤 무렵 조 총장은 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이후 전략기획실 상무·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포스텍 대표이사·STX조선해양 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2018년 말까지 대우조선해양 관리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거제지역 조선산업의 중역을 일임해왔다.

조 총장은 취임사에서 "40여년 간 기업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진정한 특성화 대학을 만들고 질 높은 취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식 이후 곧바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조 총장은 거제대학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버리고 학교의 발전에 이익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거듭해 나갔다.

조 총장의 취임 후 거제대학도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조선산업의 몰락과 급변하는 대학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글로벌 대학으로의 진입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조 총장은 이번에도 냉정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만 했다.

정원 채우는 학교 아닌 일류 대학으로

최근 몇년 동안 거제대학교의 입학생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거제대학의 명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LINC+육성사업) 및 산업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특성화전문대학(SCK) 선정 등 교육부와 관련기관의 각종 인증ㆍ평가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전국 TOP5 안에서 벗어난 적 없는 '취업 명문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조 총장은 거제대학교가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한 교육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고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우는데 지원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했다.

거제대학이 신입생 충원율보다 졸업생의 취업률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지역산업의 현장 전문가가 산학교수로 현장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과 세계적인 양대 조선소는 우수한 졸업생들의 미래를 채워줄 협약기업 및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문이 좁아진 요즘에도 거제대학이 여전히 높은 취업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중 하나다.

그래서 조 총장은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는 거제시의 수요조사 분석결과에 맞춰 모집학과 및 운영프로그램들을 재편성할 계획이다. 또 기존 학과들의 통합 및 재구조화해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학도 및 지역주민을 위한 글로벌융합과, 부동산재테크정보과 야간 과정도 신설한다.

거제대학이 지역주민을 위한 교육과정을 신설한 것은 지난 1996년부터로 평생교육원과 직장인을 위한 산업체위탁과정을 운영했으며 듀얼공동훈련센터 및 후진학선도형 사업 선정으로 지역주민의 배움과 재직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결혼이주여성 및 학교밖청소년, 경력단절여성의 자기개발과 재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거제대학교는 '조선산업 분야 AI 융합인재 양성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돼 거제의 주력산업인 조선업 분야에서 AI기술을 융합한 교육과정 및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조선산업 현장의 기술인력 대상 스마트·친환경 선박 등 신지식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지역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욱성 총장은 "거제대학의 졸업생이 과거와 현재의 거제지역의 선도해온 주역이라면 거제대학교의 입학생은 거제의 조선산업과 거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이라면서 "지역 유일의 대학으로 조선산업의 우수기술교육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과 지역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나아가 지역대학을 믿고 취업을 위해 거제대학교에 지원한 이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환경과 취업을 제공하는 게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 총장의 마지막 말은 조 총장이 기자에게 한 질문의 정답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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