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S 진품명품에 단원 김홍도의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가 소개됐다. '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을 그린 풍속화이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해군이 가져갔다가 68년만인 지난해 돌아온 문화재로 보물급이라 전문 감정위원조차 값을 매기지 않을 정도로 귀한 작품이다.

고려 광종 때부터 시행된 과거제도는 가문이나 인맥으로 권력을 독점하려는 귀족관료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허나 어떤 시험이든 공정성의 확보가 절대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항상 부정이 따른다는 것이 시험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이다.

조선의 과거시험 또한 후기에 이르러 여지없이 이것이 무너지고 만다. '공원춘효도'는 바로 이런 과거장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다. 커다란 우산 같은 가리개를 중심으로 시험생인 듯한 사람은 푸른 비단옷을 입고 잠이 들었는데 그 옆에는 시험장인데도 가져간 책이 보이고(隨從挾冊·수종협책), 답안을 대신 작성해주는 사람들만 바쁘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접(先接)꾼이 있고, 잔심부름을 하는 수종(隨從)·문장을 대신 써주는 거벽(巨擘)·글씨를 대필해주는 사수(寫手) 등이 보인다. 베끼거나(借述), 글을 대신 지어주고(借作), 답안지를 바꾸거나(呈券分遝) 시험관이 미리 문제를 알려줘(赫蹄公行) 답안을 작성해 가는(外場書入) 등 부정이 횡행했다.

글짓기대회 중 '백일장(白日場)'이 있다. 과거시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답안지 제출을 오후 다섯 시(申時)까지로 한정한데서 온 말이다. 따라서 본뜻은 낮에 끝내는 시험을 말한다.

"강남에서는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석렬이 형은 그러냐고?" 법무부차관이라는 높으신 분의 이 한마디는 대명천지 현대에도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험부정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니 기가 찰 일이다. 이번에 공개된 공원춘효도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공정의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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