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4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모두를 감동케 했다. 윤여정 배우가 할리우드 데뷔작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날 그녀는 아카데미 회원과 '미나리' 출연진·두 아들·첫 작품을 연출한 故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1966년 데뷔 후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칭하며 치열하게 연기해온 그는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도전정신, 대본을 파고드는 완벽주의, 주변을 웃게 하는 재치로 빛나는 자리에 우뚝 섰다.

그녀는 "절실했다. 먹고살아야 했다. 두 아이가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혹독하게 담금질 했다"라고 회고했다. 역경과 도전 속에 55년 연기 인생을 달려온 윤여정은 마침내 배우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활짝 웃으며.

1966년 데뷔해 90여편의 드라마, 3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윤여정은 이제 세계무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는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고 칭했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오스카의 여왕이 됐다.

이날의 영예는 그저 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시상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다. 나는 경력을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향후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살던 대로"라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윤여정의 수상은 아시아 배우 중에서는 1957년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우메키 미요시(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녀는 방송가에서 인기다. 젊은이들이 칠순을 넘긴 윤여정의 매력에 빠졌다. 그의 솔직담백한 일거수일투족이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어서다. 그녀의 어법은 직설적인 듯 친근하다. 그녀가 가진 특유의 어투는 '휴먼여정체'(한글 프로그램에 쓰이는 휴먼명조체를 패러디한 말)라고 불리며 온라인에서 유쾌하게 소비되고 있다.

그녀는 일찍이 TV 프로그램 윤식당·윤스테이 등에 출연해 마흔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배우들과 소통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이른바 '꼰대'들에 지친 젊은층은 당당하지만 자기주장을 강요하지 않는 윤여정의 태도를 높게 평가한다.

지난 4월 TV에 방영된 '윤스토리'에서 B배우는 "윤여정은 개성이 뚜렷하지만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현장에서 엄청 성실하다. 그 성실함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힘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이유를 대본과 제작진의 공으로 돌렸다. 그녀는 "부모가 희생하는 건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인데다 모두가 진심으로 쓴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에 대한 신뢰도 묻어났다. 그녀는 "우리 아들보다도 어린 감독인데 현장에서 누구도 업신여기지 않고 차분하게 여러 사람을 존중하며 일했다. 그에게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 지치고, 거리두기에 극도의 피로감에 젖어있다. 이런 시기에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감에 시원함을 느낀다. 절실했기에 성실로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한 결정이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실현됐다. 그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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