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현직 영국총리의 결혼식이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왜냐하면, 존슨 총리는 1964년생이고 신부 시먼스는 1988년생으로 나이차가 무려 24살이다.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일로 치자. 존슨 총리의 이 결혼이 세 번째다. 뭐 그것도 놀랄 건 아니다. 세 번 정도의 결혼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 총리가 애인 시먼즈와 총리관저에서 미혼상태로 동거를 했는데 우리 같으면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영국 국민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여겼다. 그뿐 아니라 존슨 총리에게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배다른 자녀가 6명이다. 호사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자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일반인도 아닌 일국의 총리이기에 세계적 뉴스거리였다.

그런데 존슨 총리가 24세 연하와 결혼한 건 우리나라 영조임금에 치면 '새발의 피'다. 조선의 역대 임금 가운데 영조(1694∼1776)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임금도 드물다. 그는 '무수리' 출신인 숙빈 최씨의 아들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재위기간 내내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이인좌의 난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고,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사건도 있었지만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펴나가 정조와 함께 조선 후기 성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조의 정비 정성왕후가 죽자 2년 뒤 그의 나이 66세 때 계비 정순왕후를 맞는 데 그때 나이가 15세였다. 나이 차이가 무려 51살이다. 아들이 되는 사도세자보다 10살, 며느리가 되는 혜경궁 홍씨보다도 10살이 적었다.

최근의 미국 이야기다. 2015년 18살인 게리 하드윅 군이 장례식에서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71세의 알메다 에럴 할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려 53살의 나이차였지만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하여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보도됐다. 이쯤 되면 영국총리 존슨도, 조선의 임금 영조도 졌다,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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