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도 못하는 세상
악수도 못하는 세상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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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곡은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였다.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손에 손잡고'라는 후렴부분이 아직도 엊그제처럼 들린다.

'손을 잡다'라는 말속에는 반가움이나 화해의 의미와 함께 같은 마음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손을 잡기 위해서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때 손을 내미는 '악수의 조건'은 첫째, 손바닥이 보여야 하고 둘째, 오른손이어야 한다. 나라마다 고유 예절과 인사법이 있지만 문화와 종교와 성별을 초월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문명권의 외교적 인사법이 악수다. 손바닥을 펴고 오른손을 내미는 것은 나는 아무런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공격의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무언의 약속이다.

악수는 서구사회의 오랜 전통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악수법이 정착된 것은 중세 봉건사회 이후부터였다. 당시는 매우 불안한 사회였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자기방어를 위해 무기소지를 인정하듯 불안한 사회에서는 언제 누가 나를 해칠지 몰라 일상생활에서도 무기를 두고 살았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언제든지 무기가 될 수 있는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했고, 상대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식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므로 그들의 식탁은 긴 사각형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앉음으로 식사 중 공격의 시간차까지 염두에 뒀다.

이런 시대에 죽음의 사정거리 안에서 악수를 한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내가 손을 펴고 오른손을 내미는 것은 상호간에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인사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코로나로 신 봉건시대를 경험한다. 악수는 공격의 주먹치기로 바뀌었고, 친근한 악수의 거리가 사회적 거리로 멀어졌다. 얼굴의 감정은 마스크로 감추어져 버렸고, 긴 식탁보다 더 멀리 띄어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 코리아나는 노래 부른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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