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부처님 오신 날】거제의 사찰을 찾아서②-하청면 화엄사 광청사

거제시 하청면에 있는 '광청사'
거제시 하청면에 있는 화엄종 '광청사'

거제시 하청면 유계마을에는 예부터 전설 하나가 내려온다. 원래 광청사(법사 허남두)가 있던 옛 사찰에 스님들이 떠나갈 때 마을 어귀에 지팡이 하나를 꽂아 놓고 "이 지팡이가 나무로 변해 울창해지면 다시 큰 절이 생길 것"이란 예언을 했다는 이야기다.

40년 전쯤 고목이 된 이 나무는 거짓말처럼 울창한 잎을 피워냈고 이즈음 광청사가 앵산 자락에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앵산 자락의 울창한 산림길을 10리쯤 걸어가다 보면 거제에서 가장 한적한 사찰 하나를 만나게 된다. 앵산의 맑은 계곡과 숲에 둘러싸인 앵산 광청사(光靑寺)다. 1980년 사찰 창건 후 지금도 불사가 진행 중인 광청사는 예부터 거제지역의 유구한 불교문화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광청사 허남두 법사
광청사 허남두 법사

대한불교 화엄종 소속인 광청사는 주변에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부도탑을 비롯해 고려시대 거제지역의 유명 사찰이었던 하청북사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청사 약사전(藥師殿) 뒤편에서 10여m 떨어진 묘지 옆에  있는 부도탑은 하청 북사(北寺) 부도(浮屠)의 부도인지 정수사 부도인지 아직 확실한 자료나 조사는 없다.

허 법사에 따르면 하청북사 동종이 있는 일본 혜일사와 일본 대마도에 있는 광청사, 그리고 거제의 광청사를 위성 지도로 확인하면 일직 선상에 있는데 이는 당시 북사 동종을 약탈하던 왜구가 북사동종을 운반한 루트로 볼 수도 있지만 거의 정확히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고 봤다.

허 법사는 북사 동종의 실체와 반환 등을 고려해 일본 사가현 비전국 동송포군 가가미무라 혜일사를 찾아가 주지를 만나기도 했는데 현재 혜일사에 있는 북사동종은 모조품만 볼 수 있고 원형은 현재 절 내부에 보관된 상태라고 한다.

하늘에서 본 광청사 모습.
하늘에서 본 광청사 모습.

광청사와 관련된 사찰의 역사는 이순신 장군과도 인연이 있어 보인다. 난중일기에는 '견내량에서 하루 묵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견내량에서 각호사 앞바다로 옮겨 쉬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동안 이 각호사가 견내량 인근 절로 전해지다 최근에는 유계리에 위치한 절로 비정되고 있다.

예부터 거제지역에서 '각호(角呼)'라는 지명을 사용한 곳은 하청면 유계리로 유계리는 1769년 방리개편 때까지 외가이방(속칭 각고리)으로 불렀기 때문에 각호사는 각호라는 동네에 있는 사찰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거제 불교의 역사의 고리를 이어온 광청사는 비로자로불과 천불을 봉안하고 있는 대적광전을 비롯해 약사여래불·신중단·지장전·연가단·극락전·요사체·산신각·광청사화엄신종이 있는 범종각 등은 보기보다 큰 규모로 지어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직도 불사는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광청사는 유계리에 내려오는 전설처럼 사찰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광청사 석탑
광청사 진신사리탑.

광청사는 1981년 당시 대한불교 화엄종 경남교구 종무원장이었던 지청숙 보살이 법당·용왕각·산신각·관리사무소를 신축하면서 자리매김했고, 이후 지난 2005년 지 보살의 아들인 허남두 법사가 상임법사로 임명돼 불사佛事)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허 법사는 동국대를 졸업 후 1993년 국비 장학생으로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해 중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중 어머니인 지 보살의 부름을 받아 광청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허 법사는 오른쪽 귀바퀴 윗부분이 꾀꼬리의 머리를 닮아있는데 이는 꾀꼬리를 닮은 앵산과 허 법사의 인연이 우연보다는 운명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특히 광청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축물이 광청사화엄신종각인데, 이 종각은 허 법사가 2005년 광청사 상임법사로 임명되던 시기 우리나라 목재건축의 1인자로 알려진 해운 김창윤 선생에게 기술을 배운 뒤 직접 설계해 혼자서 한 달 정도 정성을 들여 만든 불사로 알려졌다.

광청사화엄신종각.
광청사화엄신종각.

광청사 대적광전과 마주하는 진신사리탑의 불사 과정도 흥미롭다. 광청사 13층 진신 사리탑의 사리는 원래 미얀마의 고대 사찰에 있었는데 1980년대 미얀마에 큰 지진이 나면서 불탑이 무너졌고, 마침 세계불교운동에 참가했던 허법사의 사숙인 도원 스님이 구해온 12과의 진신사리와 화엄경을 안치해 세운 탑이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광청사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지만 앵산과 북사터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광청사를 쉽게 지나지 않고 잠시 머물다 가는 일이 많다. 특히 광청사 삼성각(三聖閣)의 그늘 아래에서 만나는 맑은 바람은 광청사를 찾아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중 하나다.

허남두 법사는 "부처님 말씀중 잡보장경에 재물이 없어도 보시할 수 있는 일곱가지가 있는데 화안시(밝은 표정)·은시(바른말 고운말)·심시(마음으로 바라는 것)·안시(상대방을 바라보는 편안한 눈빛)·신시(몸으로 도움 주는 것)·좌시(자리를 양보하고 나누는 것)·찰시(주변을 살피는 마음)가 있다"며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겠지만 그럴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