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해금강농협 원희철 조합장

농·수협은 농·어촌과 농·어업을 발전시키고 농·어업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대도시 농업과 달리 지역 농·수협은 해당 지역의 경제와 문화의 9할을 책임지는 곳으로 농·어촌 현장 일선에서 농어민들의 손을 맞잡고 애환을 나누는 생활의 중심이기도 하다. 본지는 거제지역의 농·수협을 차례로 찾아 고령화와 경제위축,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거제지역 농·어촌의 문제점과 해답을 얻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거제동남부농협'이라는 묵은 이름을 버리고 조합의 미래를 위해 조합의 명칭을 바꾸며 현대식 청사 건립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등 '거제해금강농협'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거제해금강농협은 단순히 어느 지역을 특정한 이름이 아니라 동부면과 남부면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거제해금강농협의 원희철 조합장은 농협 조합장으로서 조금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협의 조합장은 농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간부 출신이거나 고위 공무원 출신, 또는 지역의 유지가 많다. 하지만 원 조합장은 흙을 만지며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 조합원들과 같이 평범한 농부였고 조합원이며 35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귀농인이기도 하다.

원 조합장은 지난 1986년 부산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결정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향이 품어주는 땅과 바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이유도 있다고 한다.

귀농을 하고 1년 남짓 마을 사람들의 지지로 이장을 맡게 되면서 원 조합장의 '일 복'은 시작됐다. 원 조합장도 이왕 맡은 일이니 최선을 다해 마을을 위해 일하는 이장이 되겠노라 다짐 했단다.

원 조합장이 당시 지향했던 '일하는 이장'은 지금에 와선 '일하는 조합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원 조합장은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인 농부이기 때문에 농부 출신 조합장이 가지는 장점도 많다고 했다.

조합직원 출신보다 조합원들의 입장을 귀 기울이며 대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조합원들을 위한 일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에 도전했기에 누구보다 거제해금강농협을 잘 이끌어 나갈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원 조합장이 취임할 당시 거제해금강농협은 70대가 넘는 평균연령의 조합원 1400명과 24억원 정도의 자산이 전부였다. 낙후된 거제 서부지역의 두 조합이 합병했지만 전보다 나아졌다기보다는 조합을 유지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거제해금강농협 옥상에 꾸며져 있는 '옥상정원'.
거제해금강농협 옥상에 꾸며져 있는 '옥상정원'.

원 조합장은 나날이 고령화되고 낙후되고 있는 거제해금강농협을 살리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의 평소 신념은 가만히 지켜보는 것보다 실패를 두려워 않고 무엇이든 도전해보자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욕을 듣더라도 한발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 농협을 만들고 싶었던 간절함 때문이었다.

그는 대규모 농사보다는 소규모 농사를 하는 조합원이 많은 거제해금강농협의 조합원 구성상 금융업으로 자산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청사의 신축을 진행했다.

건물 1층에는 금융점포와 하나로마트를 나란히 배치하고 2층에는 강당과 회의실, 3층은 농자재 창고 등 각종 부대시설로 각각 꾸며지기까지 토지의 매입부터 각종 허가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완공된 거제해금강농협의 새 청사는 나날이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 하루 평균 400~450명 정도가 찾고 있는데 거제해금강농협이 관광지의 주요지점에 위치해 주말이면 훨씬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룬다.

원 조합장은 조합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청사를 서둘러 지은 가장 큰 이유가 곧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명진터널과 거제파노라마 케이블카의 개통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몰려드는 관광객을 맞을 준비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취임 당시 24억원에 불과했던 거제해금강농협의 자산 규모는 2배 이상 늘어나 현재 60억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더구나 이 성과는 거제지역의 조선경기 불황이 이어진 시점에서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원 조합장은 앞으로 거제지역의 농산물 도매장의 신설이 시급하며 할 수만 있다면 거제해금강농협이 이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3000평 유리 온실에서 토마토를 키우고 팔던 농부로서 타 지역 도매장을 찾아다녀야 했던 불편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 조합장은 "농부가 과일을 생산하고 판매하듯 거제해금강농협의 이름은 지역 농협의 미래를 위해서 농협이 변해야 하고 상품가치 있는 브랜드 농협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앞으로 거제해금강농협은 농민과 조합원과 지역을 뒷받침하는 농협 본연의 역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박한 농부의 손길이 지나간 곳에 곡식이 여물 듯 거제해금강농협의 미래에도 알찬 결실이 기다리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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