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칼럼위원
김계수 칼럼위원

'그 아이 참 물건이네!' 우리가 사용하는 말투에는 어떤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가졌거나 상식과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별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러 '물건이네'라고 표현한다. 또 새로 구입한 제품이나 물건이 생각보다 성능이 우수하거나 가성비가 좋아 만족감을 얻었다면 '이거 물건이네'라고 감탄할 때 사용한다.

국어사전의 의미는 일정한 형태를 갖춘 물질적 대상, 사고파는 물품(상품)을 말한다. 더하여 제법 구실을 하는 사람 또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물건'이라 함은 상품이나 물질적 대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눈동자가 달린 생명체를 제외하고는 일상에서 사람과 밀접한 사물은 물건이라 부르고 있는데, 사람마다 함부로 다루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함부로 다뤄서는 안되는 소중한 물건이 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에 정성을 쏟고, 어떤 사람은 오래된 서재를 아끼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물건들도 많아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도 있다.

이렇듯 물건은 소중하든 그렇지 않고 일회용으로 쓰이든 모두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물건은 사람과 함께 더불어 나이 들어가는 물체다. 그만큼 사람과 가까이 위치하다 보니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아무데나 던져두기도 한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물건 다루듯 한다'는 말로 서운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리 감정이 없는 물질이라도 함부로 다뤄도 되는 물건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이 넘었다는 소식이다. 먼 친척이나 가족보다 반려견에게 더 애정을 쏟고 직접적인 사랑을 표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반려견이 민법에서는 물건으로 분류돼 있었다면 믿겠는가. 현행 민법은 법의 적용 대상을 인간과 인간이 소유한 물건 두 분류로 규정한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은 가족 같은 존재이면서 물건인 셈이다. 적어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건과 눈빛을 교환하고 애정을 표하거나 서로 좋아 웃고 울기도 했었다니 의아한 사실이다.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에 동물이 학대로 사망해도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고 한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잔인하게 죽인 학대자에게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되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 아들의 학비를 메꾸어 준 소의 둥그런 눈망울마저도 물건이었다니, 나를 빗겨 간 수많은 눈망울이 갑자기 쓰리고 아프다. 그 순망한 눈망울의 사라짐이 단지 '물건의 멸실'이었다니 그렇지 않는가.

다행스럽게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제3자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올해 하반기 민법 개정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지면 인간·동물·물건 세 분류로 나눠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법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세상 존재하는 것 중 눈동자를 가진 생명체는 보호받아야 하고 인간과 서로 소중한 관계가 돼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대우받아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생명존중' 사상이 법으로 고쳐 만들어서 유지돼야 하는 웃기고 슬픈 현실이라니.

여름에 비 내리는 날, 길을 황급히 건너는 개구리의 눈동자와 마주쳐 보라, 어디 함부로 발길질을 할 수 있고,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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