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부처님 오신 날】거제의 사찰을 찾아서① - 거제시 동부면 포록산 '대원사'

거제시 동부면 '대원사'. 주지 종문스님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제시 동부면 '대원사' 주지 종문스님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지랑이가 넘실거리는 해안길 너머 온통 신록으로 물든 포록산이 눈부시다. 포록산이 품고 있는 거제시 동부면 '대원사(주지 종문스님)' 앞마당은 입술보다 붉고 탐스러운 앵두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 신도들을 반긴다.

대원사의 앞마당 격인 호수 같은 바다 건너에는 편안하게 누운 부처의 형상을 한 산방산이 세계 최대의 와불로 자리하고 있고 절을 품고 있는 포록산은 한자 뜻 그대로 사슴이 새끼를 안 듯 대원사가 안겨있다.

대원사는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자비실천을 수행덕목으로 삼은 사찰인 대원사는 1980년 초까지 오송암이라는 암자가 있었지만 2007년 6월 법당인 극락보전을 시작으로 대원사를 불사하기 시작했다.

대원사 주지 종문스님.
대원사 주지 종문스님.

대원사의 불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07년 이후 해수관음상·용왕당·교육관·공양관을 추가로 불사 했지만 신도수가 늘어나는 만큼 시설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자원과 종문 스님 모두 땀이 마를 겨를이 없다.

지난 2019년까지 2008년부터 매년 정월에 봉행했던 수륙용왕대제와  2011년 여름부터 매년 이어오던 템플스테이(3박4일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도예절·명상·108배·발우 공양 등 사찰문화 체험활동과 레크레이션 교육)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매년 10월말 거제면 섬꽃축제가 마무리되면 소외된 이웃과 지역주민을 위해 열었던 산사음악회까지 못하게 된 마당에 대원사의 앞마당은 늘 웃음으로 가득하다.

코로나로 탓인지 예전에 비해 대원사를 찾는 신도들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꾸준히 대원사를 찾는 신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절을 찾는 신도나 어린 자녀들은 대원사를 자기집 드나들 듯 편안하게 다녀간다. 스님과 신도들 사이의 대화도 격이 없다.

대원사 자원스님이 직접 그린 민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원사 자원스님이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원스님이 앞마당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앵두 가지를 잘라주면서 “이 앵두 다 먹으면 소고기 사준다”는 지켜질 것같지 않은 말을 꽤 신뢰하며 스님과 농담을 주고 받는 일에 여념이 없다.

잠시 공양간에서 카페인이 0%라는 ‘왕도토리 커피’를 종문 스님께 대접받으며 얼마전 백병원에서 열린 자원 스님의 민화 전시회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지난 3월15일부터 오는 5월14일까지 열린 전시회는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과 투병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원스님이 그린 탱화·불화·민화 등 20여점을 전시하고 그중 1점을 백병원에 기증했다는 것.

자원스님 작품.
자원스님 작품.

그런데 대원사 곳곳에 흔적을 남겨 놓은 자원 스님의 그림 솜씨가 범상치 않다. 더구나 그림의 모든 채색은 대원사 주변의 자연에서 얻는 자연물감을 이용해 화려하고 선명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변색 없이 은은하게 지속 된다고 한다. 

불교미술은 전공한 자원 스님은 지난 2018년에는 장평동에 대원사 포교당인 선화·민화연구소를 개원해 불화·선화·민화·궁중화 연구·포교 등을 1년 가까이 펼쳤고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다시 대원사로 연구소를 옮겨 후학 양성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에는 자원스님께 그림을 배운 제자가 경남문화대전애서 입상을 하는 경사도 있었다. 자원스님은 미술에만 능통한 게 아니라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전문가다. 자원 스님은 학승 시절 포교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에 열심히 배우다 보니 재주는 늘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일만 늘어난 것 같아 조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대원사 법당 내부모습.
대원사 법당 내부모습.

대원사는 최근 나란다문화원을 등록했다. 지금 대원사에서 진행 중인 불화·선화·민화·궁중화 연구·포교 뿐만 아니라 드럼교육 등 다양한 문화를 거제시민 및 신도와 함께 하기 위해서다.

나란다 Nālandā) 또는 나란타(那爛陀)는 인도 비하르 주의 고대 대학으로 불교 학습 중심이로 전성기였던 6~7세기에 나란타는 만여 명의 학승들이 모여 공부했으며 교수진들만 2000여 명에 달했던 명실공히 세계 최고(最高)의 대학이었다고 한다.

대원사 종문스님은 사막의 종교와 밀림의 종교를 예로 들면서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마음이 불편한 분들이 많은데 물질에 치우치다 보면 내 본래의 심성을 잃게 되는 법”이라며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며 상생하는 삶에서 느끼는 교훈과 몽골의 침입 당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팔만대장경판을 제작하고 기도했던 교훈처럼 어려울수록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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