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부처님 오신 날】거제의 사찰을 찾아서① - 연초면 한내리 ‘해인정사’

하늘에서 본 해인정사 모습.
하늘에서 본 해인정사 모습.

산사의 풍경 소리에 이끌려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길가에 핀 아기자기한 꽃들의 영전을 받으며 다다른 대웅전 처마 밑에 도착해서야 왜 이곳에 사찰이 지어졌는지 이해가 됐다.

바람도 쉬어간다는 양지바른 앵산자락에 가파르게 내려다보이는 거제의 앞바다가 펼쳐졌다. 조선소의 크레인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옥에 티가 아닐까 생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조화롭다. 거제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면서 거제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다.

조계종 해인사의 말사인 해인정사(주지 자원스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팔만대장경으로 유명한 합천 해인사의 말사다. 우리나라 조계종의 대표 교구중 하나인 해인사는 거제와도 인연이 많다.

해인정사 주지 자원스님.
해인정사 주지 자원스님.

현재 합천 해인사에 있는 대장경은 1236년 몽골이 침입하자 불력으로 외세를 물리치고자 하는 호국불교적인 의미에서 대장도감을 설치해 1251년에 다시 완성한 재조대장경으로 770년 전 경판을 만들 당시 거제의 산벚나무와 후박나무가 쓰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제의 후박나무가 강화도를 거쳐 해인사 정착했듯 자원 주지스님이 거제에 발을 내딛게 된 것도 운명에 이끌려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1995년 해인사에서 거제로 내려와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자원 스님의 별명은 ‘울보 스님’이었다고 한다. 지인도 아무것도 없는 거제지역에서 불사를 일으키기 위해 숱한 세월 서러움과 고난이 이어졌던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울보 스님’ 딱지를 뗐다고 했다. 25년 동안 해인정사를 일으키며 곳곳에 스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린 탓에 해인정사가 어느 정도 자리매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인정사 대웅전 모습.
해인정사 대웅전.

해인정사가 안정되가면서 자원스님은 더불어사는 세상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 2019년에는 논산훈련소 연무대에서 입맛을 잃거나 변비에 시달리는 3000여명 병사들에게 법회·아이돌 공연·공양을 했고, 거제경찰서·진주교도소·통영구치소 등에 법회·공양 등을 펼친 결과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자원 스님은 해인정사가 천하의 명당이라고 자부한다. 지난 1996년 불사를 위해 사찰터를 찾던 스님은 거제문화원에서 거제지명총람을 얻어 거제의 지명을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 발견한 장소가 연초면 한내리(汗內라里)였다. 주변 사람들은 한내마을이 물이 귀한 곳이라 사찰을 지으면 불편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자원스님은 한내리의 한(汗)자가 '질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자원스님의 생각처럼 진흙땅이 많은 한내리는 조금만 깊이 파면 수량이 풍부했다. 지금도 해인정사에는 사계절 마르지 않는 지하수를 사용해 생활용수는 물론 음식을 만드는데 부족함 없이 사용하고 있단다.

대웅전 내 법당 모습.
대웅전 내 법당 모습.

해인정사는 ‘해초비빔밥’으로도 유명하다. 몇년 전부터 TV방송에 출연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KBS1TV 한국인의 밥상 458회 ‘공양, 밥으로 복을 짓다’에 이곳 해인정사의 ‘해초비빔밥’이 소개되기도 했다.

해인정사에서 자원스님은 10여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공양주 보살로 다시 모셔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해인정사의 ‘해초비빔밥’이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은 아마도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해인정사는 코로나 전에는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수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신도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불교를 믿는 외국인 노동자의 발걸음도 적잖았다. 그러나 지난해 거제지역의 코로나가 확산세가 심해진 이후에는 2개월 동안 법당문을 닫았고 지금도 상황에 따라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곤 한다.

신도들의 공양으로 운영되는 사찰의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해인정사의 운영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자원 스님은 굶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해인정사 삼성각.
해인정사 삼성각.

최근까지 자원스님의 근심은 인근에 환경유해시설 건립 문제였다. 자원스님은 지난 2018년 공단 3개와 거제시생활폐기물 소각장, 매립장 등 환영오염시설이 집중된 곳에 소각장 추가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가장 먼저 반대 운동에 나섰다.

스님의 반대 운동은 시청 앞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 방문 시에도 이어졌다. 최근 이 불법 소각장 건립 문제는 대법원에서 부적합하다며 스님과 한내 주민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해인정사 자원 스님은 “코로나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빼앗아 간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몰랐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편안함, 반가운 사람과 자유로운 만남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나를 잘 가꿔야 남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부처님님의 가르침인 제망중중(帝網重重:그물의 많은 구슬이 서로를 비추듯 세상의 일체 현상도 서로 끝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과 세계일화(世界一花:세상은 한 꽃, 한 가족)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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