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를 신은 그는 스스로의 직업을 ‘농부’라고 했다. 2010년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그의 전 재산은 현금 1800달러(우리 돈 195만원), 시동이나 제대로 걸릴까 싶은 1987년 식 폭스바겐 비틀 한 대, 아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허름한 농가, 그리고 농기구가 전부였다. 재임 기간 중의 월급의 90%는 기부를 했고 대통령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이 머물 수 있도록 내주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후에도 물은 우물에서 직접 길어다 쓰고, 빨래도 직접 했으며 마당에는 본인이 손수 심고 가꾼 꽃들로 가득했다. 그는 가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하는 것뿐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그가 누릴 수 있는 온갖 특권을 누리기를 거부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의 편안한 삶을 기꺼이 희생했다.

그의 재임 기간 중에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주택 사업에 남몰래 거금을 기부한 일이 있었는데 서민 주택 사업이 반대에 부딪치자 그는 자신의 월급을 보태서라도 서민 주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을 설득했고 그의 고백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당시 남미 국가들은 유럽 발 경제 위기의 어려움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루과이는 매년 평균 5.7%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며 무히카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국민의 ‘책임감 있는 자유’를 보장했다. 그의 퇴임 직후 지지율은 65%로 취임 직후 지지율인 52%를 오히려 웃돌 정도로 높았다.

진정한 권위란 자신이 세우고 싶다고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에게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삶으로 보여주는 모범이 그 사람을 진정한 권위를 가진 지도자로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충분히 누릴 능력도, 누릴 자격도 있지만 절제하는 것, 그리고 말로만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는 지도자야 말로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지도자가 아닐까.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비록 그의 삶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정말로 부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난하면 그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온갖 눈에 보이는 것으로 채우려 하지만 마음, 그게 어디 눈에 보이는 물질로 채워지는 것이던가. 잠시 만족스러워하겠지만 조만간 또다시 그 끝없는 영혼의 공허를 다른 것으로 채우려 들기 마련인 것을.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그렇게 땅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주인공 파홈이 마지막으로 가지게 된 땅의 크기는 그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2미터 가량의 묘지였다. 땅에 욕심을 내다 결국 죽어 그의 무덤의 크기가 그가 가진 땅의 전부가 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고, 어디에 살고 싶어 하든 결국에는 누구든지 파홈이 가졌던 땅 크기 그 이상의 크기를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 아주 잠시 잠깐 아니던가. 그런데 거기에 뭔 가치를 두고 목숨 걸 일이 뭐 있겠는가.

뉴스에 2022년 퇴임하는 우리 문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새 사저 크기는 약 795평이고, 부지 매입가격은 10억 6400만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톨스토이의 파홈이 마지막으로 가진 땅 크기 이상을 그 누구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에 비하면 좀 크기는 크다마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쳐도, 그의 저서 ‘운명’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시골에 살 곳을 찾았다”고 했는데 글쎄 KTX 울산역이 차로 20분 거리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축산 통도사를 10여분 정도면 걸어 갈 수 있는 800평 대저택에서 과연 고요한 유배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진정 그가 원하는 ‘잊혀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분이 임기말년을 국가 지도자의 격을 올리고 진정 국민의 편에 서서 봉사하는 호세 무히카 대통령 같은 희생하고 절제하는 지도자로 퇴임했으면 하고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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