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
생태탕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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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보궐선거 후에 남은 기억이라고는 '생태탕'뿐이다. 2005년 오세훈 시장 일가의 내곡동 땅 측량 때 오 시장이 백바지에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생태탕을 먹으려 왔다는 식당주인과 그 아들의 목격담이 이슈가 되는 참 희한한 선거를 경험했다.

'생태탕'은 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명태로 만든 탕을 말한다. 명태를 반쯤 말리면 '코다리', 완전히 말리면 '북어', 얼린 건 '동태', 얼리고 말린 것은 '황태'다. 황태를 만들다가 색이 검게 변한 것은 '흑태(또는 먹태)', 산란하고 나서 살이 없이 뼈만 남은 명태는 '꺽태'다. 어린명태를 말린 것은 '노가리'다. 시쳇말로 말이 많거나 거짓말이 세면 '노가리 깐다'고 한다. 명태가 알을 많이 낳기에 생겨난 말이다.

함북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에서 유래한 명태(明太)는 20세기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었던 생선이다. 살이 물러 회는 별로지만 탕·젓갈·찜·국·구이·조림 등 조리형태가 다양하다. 그뿐이랴. 제사상이나 고사상에도 빠지지 않는다. 집안에 잡귀가 못 들어오게 대문 문설주에 걸어 뒀고, 새 차 트렁크에도 고사 지낸 마른 명태를 넣어두기도 한다. 심지어 새신랑 달 때 발바닥을 때리는 용구도 마른 명태다.

그랬던 명태가 우리 근해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제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생태탕의 명태는 일본산이고, 동태탕의 명태는 러시아산이다. 사실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좋아하지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어종이다. 일본조차도 잡어로 취급한다. 그러나 명란젓만은 좋아해서 밥반찬 선호도 1위다. 일본에선 명태를 잡으면 알만 빼고 나머지는 한국에 수출한다. 그래서 한국 생태탕은 모두 일본산이다. 그조차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풀겠다고 하니 방사능 공포증 때문에 생태탕 먹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16년 전에 먹었던 생태탕이 매운탕인가 지리인가를 기억해내는 천재들의 코미디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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