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TV오디션 세상이 왔다. 그것도 트로트 오디션이다. 지난해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터트롯’으로 촉발한 트로트 오디션 신드롬이 고스란히 지상파로 번졌다. MBC가 지난해 10월 ‘트로트의 민족’으로 먼저 출발했고, SBS가 ‘트롯신이 떴다’ 시즌2를 오디션 형태로 진행했다.

KBS는 12월 ‘트롯전국체전’으로 시동을 걸었다. 12월17일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트롯2’를 시작해 일주일에 나흘,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트로트의 경연을 이어왔다. 17일 목요일 밤 10시 첫회 전국 시청률은 28.6%, 최고 시청률은 30%를 넘었다.

‘트로트 오디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과연 될까. ‘트롯전국체전’은 첫 방송부터 ‘대박’을 쳤다. 전국 시청률 16.5%로 단숨에 간판 프로그램으로 도약했다. ‘트로트의 민족’은 12월11일 방송에서 시청률 12.3%를 기록했다. ‘트롯신이 떴다2’는 수요일 평일 오후 9시 방송인데도 시청률이 13.9%나 됐다.

어디 그뿐인가. 무명가수들의 재기전인 JTBC의 ‘싱어게인’, MBN의 ‘로또싱어’도 있다.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오디션의 인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20년을 뜨겁게 했던 오디션 열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건 바로 오디션의 형식이 주는 특유의 긴장잠 때문이지 싶다. 오디션은 지원자가 심사 위원에게 테스트 받는 자리다. 치열한 경쟁이 치러지고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 환희와 눈물이 교차한다. 때론 너무 가혹해 보이지만 적어도 공평한 시스템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공정한 원칙에서라면 설령 실패하드라도 위안이 되고 또 인정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 솔직한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하고 감동을 받는다. 그렇게 많은 오디션에도 불구하고 매번 시청자가 그 안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걸고 오디션에 임하는 지원자들의 땀과 노력, 공명정대한 선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드라마다. 개천 용 탄생 드라마가 주는 짜릿한 감동, 땀 흘려 쌓아올린 실력으로 겨루는 공정함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또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지치고 불안한 시청자들이 트로트로 위로받는 듯하다. 성공한 이들에게 축하의 환호를 보내고, 탈락한 이들에게 눈물로 위로한다.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커다란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새로 시작한 트로트 오디션은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 코로나19로 답답하고 힘겨운 세상에 외부와 차단이 잦은 지난해부터 ‘신세대가 합류한 트로트열풍’은 우리네 삶의 정서로 자리 매김 했다.

2021년에 들어서 1월14일 TV조선의 제5회 ‘내일은 미스트롯2’는 시청자들의 땀을 쥐게 하는 1대1로 대결하는 데스 매치 오디션이었다. 시청률이 29.8%이라고 하니 가히 그 열풍을 짐작할 만하다.

나는 이 프로를 두 번이나 봤다. 첫날은 물론 재방송도 시청했다. 과연 사람들이 트로트 오디션을 즐겨보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우울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트로트 오디션을 볼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이제 출연자의 심정으로 트로트 오디션을 관망해 본다. 그들은 절박하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부르고 싶은데 불러주는 데가 없다. 절벽에 서 본 사람만이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무대가 고픈 이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아시스다. 하지만 누구나 그 물을 맛보는 건 아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자기에게 맞는 노래로 최선을 다했을 때 ‘바로 이 맛이야’가 나온다. 대진 운도 따라야 한다. “저 사람만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텐데….”

오디션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른 후 노래에 실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두 가지 속성을 지녔다. 일시적으로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때론 앞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눈물이 사람을 감동시키기 때문이다.

어느 현역가수의 고백이 트로트가요계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창력이 뛰어나고 콘서트 전석매진 경력까지 지니고 있는 그가 어느 방송국의 트로트 오디션에서 “무늬만 현역 가수지 사람들이 모른다. 10년을 하든 20년을 하든 티가 안 난다. 욕심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 아니면 트로트 가수로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라지만 사실은 기회 또한 위기다. 그가 서 있는 문은 기회의 문일 수도 있고 위기의 문일 수도 있다. 출연자들에게는 ‘오늘은 져도 내일은 이긴다’는 주문이 필수지 않을까. 해를 보라. 지고 다시 뜨지 않나. 꽃을 보라. 지고 다시 피지 않나. 해는 매일 지고 꽃도 매년 지는데 평생에 몇 번 지는 걸 갖고 뭘 그러나. 용기를 가지고 내일 다시 도전해서 꿈을 이루길….

‘미스트롯2’는 시청률 최고 32.9%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저 26.7%(4회), 최고 32.9%라는 압도적인 시청률을 남겼다. 높은 화제성만큼 상향 평균화된 노래 실력도 화제였다.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가 준결승전에 오른 가수가 사정상 출전 불가로 추가 합격해 진으로 뽑힌 양지은씨의 반전은 드라마틱하다. 결승전에서 부른 ‘붓’은 가사가 양지은씨 자신의 ‘소리의 길’과 닮아있어서 불렀다고 했다.

두 아기의 엄마로 용기내서 꿈을 이룬 양지은 가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수많은 도전과 시험 앞에서 힘들어 할 때 ‘엄마가 해냈어’라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며 “꿈을 포기하지 보면 언젠가 여러분한테도 ‘양지’가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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