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명(2019. oil on canvas·162.2㎝×130.3㎝)

4월의 하늘은 빛나는 햇살과 바람결을 따라 늘어선 옅은 구름으로 멋을 낸 채 찬란하고 따뜻한 봄날의 시작을 알린다.

여린 봄바람은 옷깃을 스치고 대기는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겨울을 견뎌오며 움추렸던 마음과 시려오던 발끝은 간질거리고 볼살에는 발그레한 온기가 오르니 잠시나마 마음속의 무거움이 가라앉는다.

김영명 작가가 보여주는 또다른 봄의 모습인 '소녀에서 여인으로'는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숙녀로서 인생의 새봄을 맞이하는 어느 여대생의 초상이다.

뭉글한 꽃 더미 아래로 익숙하지 않은 차림으로 대문을 나선 그녀의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미는 수줍음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설렘이 느껴진다.

작가 김영명의 작업은 단순화된 공간속에 인물을 배치해 자유롭고 거친 터치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그녀만의 강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색의 절제와 공간의 압축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편안하게 하면서 인물이 표출하는 에너지에만 집중하게 하는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작업방식은 단단한 기본기가 바탕이 된 작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자신감의 표출로 느껴진다.

늘 생각하지만 좋은 그림, 아름다운 작품은 작가의 철학과 사유에서 비롯되기에 시류에 연연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가는 작가의 작품이 항상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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