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 돌맞이 우리 아기도 노랑 저고리' 1953년 강소천 선생이 쓴 이 동요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민들레'하면 노란색이 먼저 떠오른다. 노래의 힘이 이렇게도 크다.

아주 먼 옛날, 비가 많이 와 온 세상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민들레는 너무 무서워 그만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다. 물이 차오르자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목숨만 살려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민들레 씨앗을 하늘 높이 날려 양지바른 언덕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민들레는 은혜에 깊이 감사하며 봄이 오면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래서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노랑민들레만 있는 게 아니라 흰민들레도 있다. 대개 흰색은 토종이고 노란색은 서양민들레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노랑민들레에도 토종이 있다. 이들을 꽃으로 구별하기에는 애매하고 어렵다. 그러나 꽃대의 아래쪽에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 곧, 총포를 익혀두면 쉽다. 토종 민들레는 총포가 감싸듯이 위로 향하고, 서양민들레는 총포가 아래로 젖혀져 있다.

가수 박미경씨의 노래 '민들레 홀씨 되어' 때문에 시인들조차 '민들레 홀씨'라는 말을 관용어처럼 쓰고 있다. 홀씨는 씨가 아니라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의 생식을 위한 세포를 말하며 한자로는 포자(胞子)다. 민들레는 유성생식을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홀씨가 아니라 꽃씨가 맞다.

봄의 색깔은 노랑이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산수유 꽃이 노랗고, 들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허리를 두르고 있고, 가장 낮은 곳에서는 민들레가 지천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채꽃마저 어울려지면 봄의 절정을 맛본다. 민들레는 내가 씨 뿌린 적 없고, 내가 별도로 물 한번 준적도 없다. 가꾸어 귀한 대접도 하지 않는데도 봄이면 가장 먼저 내 뜰에 찾아와 꽃을 피운다. 사람의 사귐도 민들레 같으면 오죽 좋으랴. 내가 살고 있는 마당에는 유난히 흰민들레꽃이 많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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