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살기 좋은 천혜의 고장

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거제'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섬이 품는 신비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천리에 달하는 해안이나 식물·강수량 등 천혜의 자연혜택을 풍부하게 입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巨濟)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이 건너다, 많이 구하다'는 뜻이다. 임진왜란과 러일전쟁 때는 군함과 군사들이, 한국동란 때는 피난민들이 많이 건넜고, 지금은 관광객과 건조된 조선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훨씬 이전에는 서복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왔고, 곧은 절개를 지녔던 문인과 무인들이 유배돼 왔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거제에서 유숙한 서복 일행,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유배자들, 한국동란 당시 피난민들을 구했고, 위기에 처했을 때 대우·삼성 등 세계 굴지의 조선소들이 대한민국을 구해 거제라는 이름의 이미지에 부합되고 있다.

이는 다 거제가 갖는 천연의 자연에서 비롯된다. 거제를 둘러싸고 있는 4면의 바다는 각기 다른 특색을 하고 있다. 동쪽의 광활한 바다, 남쪽의 전형적인 남해바다, 서쪽은 한반도 서해안처럼 갯벌이 있고, 북쪽은 폭풍에도 항해가 가능한 호수 같은 바다로 이뤄져 있다. 1971년 거제대교를 시작으로, 1999년 신거제대교·2010년 거가대교가 개통돼 광역시로 바로 연결됐다. 머지않아 국도 5호선이 마산 진동과 다리로 연결되고 김천과 서울을 잇는 철도가 건설돼 꿈의 KTX도 운행될 전망이다. 또 신공항 건설과 함께 철도가 신공항으로 이어져 거제를 중심으로 고속도로와 철도가 U자형으로 이어져 한반도 중심축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자연경관과 광역 교통망, 그리고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운영되고 있는 거제지역은 어디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입지조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그 첫째는 우리지역 고유의 문화의 발전 계승이다.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서로 돕고 소통하면서 남해안별신굿이며 팔랑개어장놀이, 굴따러가세, 오광대 등 화합을 도모하는 민속놀이를 해왔다.

해금강을 비롯한 천연기념물, 한반도에서 가장 울창한 동백을 비롯한 상록활엽수림, 온난대성 기후에서 자라나는 식물, 세계 4대 어장과 연결된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며 생선, 한때 국내 생산 90%를 차지했던 맹종죽,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대한민국 청정해역 1호로 등록된 거제만에서 생산되는 굴 등 이들을 활용한 축제만도 1년 내내 벌이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섬에서 섬으로 이어진 절경, 벽파수도, 산·바다 해안 곳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관람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보고다.

영남루 현판을 쓴 서예가 성파 하동주, 극작가 동랑 유치진·시인 청마 유치환 형제, 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여산 양달석, 교육자인 시조시인 무원 김기호를 비롯, 대통령도 두 명이나 배출한 인재의 고장이다. 이런 곳에 지역 고유의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면 지역개발과 함께 거대한 상업문화가 들어와 생활 곳곳에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지역과 지역민 전체를 고려하는 공공성에 있다.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보존해야 할 곳은 철저히 보존해서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큰 공사를 계획하면 완공한 이후의 시너지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고, 활용방안까지 강구돼야 하는 것이다.

거제는 크고 위대한 대한민국인의 휴양지고 경제보고지다. 무엇 하나 계획을 해도 크고 웅장하고 독특하고 아름답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그대로 두는 게 상책이다. 잘못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 신공항으로 연결돼야 할 역사, 진동과 장목으로 연결되는 다리 등 국책사업들은 제2 신항 고려, 신공항으로 가는 노선상 등 여건들을 고려해서 결정돼야 하기에 지역에서 쟁점화 되는 것은 화합을 저해하고 공사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환상의 섬 거제의 미래는 밝다. 지도자들은 공공의 마음으로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야 하고, 시민들은 서로 화합해 정이 넘치는 살고 싶은 고장으로 만들어 갈 때 거제의 가치는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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