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성(城)2】 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 '옥산성'
삼국·고려·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성곽과 다양한 유물
거제市, 사적 승격 이후에는 관광자원 활용 기대 높아

옥산성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의 성곽 기록이 모두 나타나고 있는 역사가치가 아주 높은 산성이다. 사진은 북쪽벽과 금성루다.
옥산성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조선의 성곽 기록이 모두 나타나고 있는 역사가치가 아주 높은 산성이다. 사진은 북쪽벽과 금성루다.

거제에는 20여개의 성곽 유적이 있다. 거제의 성곽 유적 중 시대별로는 왜성 4곳을 포함해 조선시대에 축조된 성들이 많다. 조선시대 축조된 성곽이 많다 보니 거제에는 섬에서는 보기 드믄 평지성이 있고 기록물 등으로 대부분의 성곽 유적의 축성 시기를 알 수 있다.

기록상으로 가장 늦은 시기에 축성된 성은 조선시대 마지막으로 축성된 것으로 기록된 옥산성이다.

최근 발굴된 문루의 배수로.
최근 발굴된 문루의 배수로.

옥산금성·수정봉산성·수정산성…옥산성

거제면 동산리 수정봉 정상에는 길이 778.5m·최고높이 4.7m·폭 3m로 만들어진 거제 옥산성(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이 있다. 옥산성은 도지정 문화재에 등재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 명칭은 옥산금성·수정봉산성·수정산성 등으로 불렸다.

현재 정식 명칭인 옥산성이 된 것은 문화재 지정 당시 수정산성을 한자로 옮기면서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옥산성은 가까운 계룡산 자락에서 돌을 구해 쌓았다고 전해지며 지름 48m~80m의 장방형 자연석을 산의 지세와 8부 능선을 따라 테를 두르듯 막돌을 쌓아 표주박 형태로 만들었다. 

성이 만들어졌을 당시 성 안에는 누각과 무기고·연못 등이 있었고, 동서남북 네곳에 성문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1995년 동아대에서 조사한 자료에는 동·서·북 세곳이, 최근에는 동문과 서문만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적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동쪽과 서쪽 성문은 'ㄱ'자형으로 만들고 돌층계를 마련해 성안으로 출입구를 만든 특이한 형태다. 이는 옥산성이 구조상 봉우리에 띠를 두르듯 만들어진 퇴뫼식산성이라 옹성을 대신할 효율적인 방어 구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이며 옥산성 보다 3년 늦게 만들어진 중금산성도 같은 구조다.

옥산성 현황도.
옥산성 현황도.

중금산성의 문지는 앞서 만들어진 옥산성을 참고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데 구조나 규모 면에서는 옥산성의 문지가 월등히 뛰어나 보인다.

그동안 옥산성은 고종10년(1837년) 당시 거제부사 송희승이 거제 백성을 동원해 쌓은 조선의 마지막 산성으로 알려졌다. 성 안 동쪽에 자연암석을 기단으로 서 있는 비석엔 성을 축조하게 된 과정을 기록한 옥산금성축성기(玉山金城築城記)가 있다. 축성비에 따르면 옥산성은 1873년 3월6일 처음 축성을 결정한 후 3월15일 축성 준비를 거쳐 5월에 공사가 시작됐고, 1873년 10월15일에 성이 완성됐다.

또 1899년 편찬된 경상도여지집성 거제군읍지 성지조엔 옥산성에 대한 기록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수정산성은 군의 동북쪽 5리에 있으며 부사 송희승이 계유년(1873년)에 축성했고 성안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고 기록됐다.

송희승은 거제도 전 지역에서 축성 비용을 거둬 5개월 보름 만에 성을 쌓으며 거제도 백성의 희생을 강요했다. 이후 이 사실을 알게된 조선 조정은 송희승이 백성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며 파직하고 장 100대와 경상북도 풍기군 유배를 명했다. 

옥산성 중앙 바위 봉우리 위에 망루는 '금성루'라 부르는데 사방 2m 거리에 기둥 4개와 기단만 남아있던 것을 지난 1997년 복원공사와 1998년 11월 망루 단청공사를 한 뒤 '금성루'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금성루 복원 전에 있었다는 기둥과 기단은 1970년 대 이미 한번 복원한 것으로 알려져 원래의 망루의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옥산성에서 발굴된 수막새(잡상) 모습
옥산성에서 발굴된 수막새(잡상) 모습

옥산성은 조선시대 아닌 삼국시대 매진이현부터 지어진 성

앞서 송희승의 기록 등으로 옥산성은 '조선의 마지막 산성'이었지만 지난 2016년 6월 거제시가 성내 집수지를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조사과정을 통해 옥산성 집수지는 7~8세기 중반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최소 2번 이상 수축했으며 출토된 유물로 볼 때 둔덕기성 집수지보다 앞선 시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조사됐다.

옥산성 집수지가 처음 수축된 시기는 고려시대 및 임진왜란 즈음으로 마지막 수축은 1873년 거제 부사 송희승이 옥산금성을 축성했던 시기로 추정되고 있다.

성내 집수지는 2017년 정밀조사가 이뤄졌는데 옥토기·기와·자기·옹기·목기 등 통일신라시대(7세기 후반)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추가로 나왔다. 특히 2017년 이뤄진 정밀조사에서는 특이한 유형의 '인면망와(또는 잡상)'를 비롯해 자기류·옹기편과 다양한 종류의 기와·전(塼)·홍두깨·동전(건륭통보·상평통보) 등이 발견됐다.

청나라 시기에 주조된 건륭통보와 상평통보가 발견된 것은 집수지가 조선 후기 보축 또는 내부 준설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집수지 조사로 옥산금성의 내부시설이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성 내부에 있는 건물지 발굴조사로 옥산성의 축성시기가 조선시대가 아닌 삼국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옥산성에서 바라본 거제면 지역과 거제만 모습.
옥산성에서 바라본 거제면 지역과 거제만 모습.

첫 번째 발굴조사 된 건물지는 기단과 계단을 갖춘 길이 1750㎝·너비 560㎝ 규모의 건물지가 있었다는 사실과 지난 2017년 집수지에서처럼 통일신라 시기 기와가 다량으로 발견됐다.

그동안 옥산성 인근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 유적은 명진리 유적, 동산 유물 산포지, 동상리 삼국시대 분묘, 남산패총, 동산리 남은골 유물산포지, 괴목정 고분군 등 다수가 발견됐다. 하지만 거제의 고대 속현인 명진현과 직접적인 관련 있는 유적은 없었다.

명진현은 거제면 지역에 있던 군현으로 신라가 가야를 점령한 초기까지 거제현(巨濟縣)·거로현(居老縣)·송변현(松邊縣)과 함께 매진이현(買珍伊縣)으로 각각 독립된 고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라의 삼한통일 이후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둔덕면 거림리에 상군(裳郡)이 설치된 이후인 신라 경덕왕 16년(757년)부터 아주현(鵝州縣·거로) 명진현(溟珍縣·매진이) 남수현(南垂縣·송변현)을 거제현의 속현으로 삼으면서 거제군(巨濟郡)의 속현으로 기록되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해 옥산성의 성내와 성벽에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해 옥산성은 삼국시대 처음 만들어져 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사용된 것을 밝혀냈다. 지난해 발굴에선 옥산성 성벽의 시대별 축조변화와 문지 통로의 구조가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성벽과 가까운 성내에서도 다양한 유물이 출토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문화층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산성은 삼국시대부터 남북국시대(통일신라)까지 동쪽 성벽을 그대로 이용했다가 고려시대에는 부분적인 보수작업이 진행됐으며 조선시대 성벽은 고려시대 성벽에서 바로 이어 보수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옥산성 모습.
일제강점기 시대의 옥산성 모습.

성의 내부 안쪽은 60도 정도 기울여 쌓았고 외부벽은 3단으로 보수돼 원래 성벽을 보강한 흔적이 있다. 성 내부에선 통로부 계단 시설과 측벽이 조사됐다. 특히 측면부 상단에서 발견된 배수로에는 그동안 거제지역 성곽 유적에선 처음 나온 구조로 통로에 설치된 문루의 부속시설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번 조사에서는 집수지 조사 때와 같이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발굴되기도 했다. 발굴된 유물은 전면와도흔의 단판선문 기와·인화문이 새겨진 뚜껑조각·도기조각·어골문이 새겨진 기와·막새기와·창해파문이 새겨진 기와·백자조각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하다.

거제시는 추가로 발굴된 옥산성의 새로운 자료를 토대로 사적 승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에 사적이 된 둔덕 기성이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성곽 유적을 살펴볼 수 있고 상군의 설치와 무신정변과 관련된 역사적 가치로 사적에 등재됐다면 옥산성은 다양한 시대별 관련 유물과 체성이 시대적 변화 양상을 잘 나타내고 있어 사적으로 등재할 가치가 충분하다.

시는 앞으로 옥산성 2호 건물지 하부에서 발견된 집수지(또는 저장고)를 조사할 계획이며 옥산성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작업과 탐방객의 볼거리 제공을 위해 동문지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산성이 사적으로 승격되면 성곽 유적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기대도 크다. 옥산성은 위치상 학동흑진주몽돌해변·바람의언덕·해금강·근포땅굴 등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거제지역 관광지로 가는 입구에 위치한데다 인근에는 거제숲소리공원·거제식물원(거제정글돔) 등의 관광지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옥산성은 거제지역의 다른 산성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데다 거제평야 및 호수 같은 바다가 매력적인 거제 서쪽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옥산성 성벽 모습.
옥산성 성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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