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코로나19 사태가 일년을 넘고 있는데도 하루 확진자 수가 그리 줄어들지 않으면서 사회가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부터도 매일 같이 오는 방역 문자에도 이제는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을 뿐더러 코로나에 관한 뉴스에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성하는 바이다.

얼마전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수와 완치 자수·사망자 수를 집계한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영국 혹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대단한 선방(善防)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토 면적이 좁아 복작거리며 사는 통에 바이러스 확산이 급속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들의 높은 의식과 의료 종사자들의 헌신 덕에 지금까지 감염자가 9만명을 상회하는 정도다.

이 시점에서 코로나의 최전선에 일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가끔씩 뉴스에서 보도되는 코로나 격리 병동 간호사들의 사진을 보노라면 정말 이들이야 말로 전염병의 최전선에서 생명 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여름에도 방호복을 겹겹이 입고 비지땀을 흘리며 환자를 간호하는 그들의 모습, 마스크를 꾹꾹 눌러써 콧잔등 위에 상처가 난 얼굴을 보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인류 최초의 간호사는 아니지만 간호사를 의사 못지않은 중요한 의료인의 위치에 올린 사람은 바로 영국의 유명한 간호사 나이팅게일이다. 나이팅게일은 주로 '백의의 천사' 이미지인데 실은 그녀는 백조같이 부드럽고 온화한 성품이 아니라 강인하고 실천력 있는 독수리 같은 여인이었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는데, 간호사를 환자만 돌보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독수리처럼 높은 곳에서 휘이 들러보며 딱 필요한 곳에 내려앉아 공격적으로 맡은 바 일을 처리해내는 그런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크림 전쟁이 발발하자 참혹하고 끔찍한 현장 소식을 들은 나이팅게일은 망설이지 않고 자원해 전쟁터로 갔다. 그러나 그녀가 만난 야전병원의 실태는 너무도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다. 당시 영국군의 의료체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부상병을 위한 시설은 형편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보급품과 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녀는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고 병원에 부족한 의약품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자금을 야전병원의 물품 조달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망률 43%라는 참혹한 야전병원 환경에서 사망률 2%라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 시절 사람들은 그녀를 '등불을 든 여인'이라고 불렀다. 낮에 힘든 일을 하고도 밤마다 등불을 들고 병실을 돌며 환자를 돌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코로나19 시대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21세기의 나이팅게일이라 생각한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본인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의사·간호사로서의 책무를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정신인가. 방호복을 입어 마치 물로 샤워를 한 것처럼 온 몸이 땀에 흥건히 젖도록 환자를 돌보고, 어린 자녀가 있어도 병원에서 지내며 환자를 밤낮 간호하는 간호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편안히 앉아서 코로나 백신을 맞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이팅게일 같은 그들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독수리 같은 눈이 있는 한 우리는 코로나에 잠식되지도 않을뿐더러 또다시 어떤 전염병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한국의 모든 코로나19 관련 의료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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