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변호사
정수진 변호사

기본적으로 소송이란 민·형사 소송을 불문하고 양 당사자가 대립구조(민사의 경우 원·피고, 형사의 경우 검사·피고인이 대립)로 진행되다보니, 결국 일방의 말은 진실이요, 일방의 말은 거짓인 이분법적인 상황이 돼곤 합니다.

결국 양 당사자의 다툼이 치열할수록 양 당사자의 공방중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때로는 일방의 편에 서 있는 변호사로서도 의뢰인의 말이 진실인지 상대방의 말이 진실인지 의문점이 드는 경우까지 있곤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①거짓이 없는 사실 ②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 ③참되고 변하지 아니하는 영원한 진리를 방편으로 베푸는 교의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진실이란 거짓의 반대말로 '사실 그대로의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진실하게 살아갈 것을 배웠고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믿어왔으며, 법관이라면 누구보다도 분명히 진실을 알고 진실에 맞게 판결할 것이라고 굳건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 앞에서의 진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실이나 실제 진실과는 전혀 다릅니다. 당사자 외에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법관 역시도 사후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제3자로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진실 그 자체를 알아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당사자들은 자신의 기억이 진실이라 믿고 있지만, 사실 당사자들조차도 사람이므로 기억에 왜곡·망각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기도 합니다. 실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의뢰인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의뢰인이 잊고 있었던 본인에게 불리한 서류가 상대방을 통해 법원에 제출돼 소송의 승패를 뒤흔들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진실이라고 믿거나 우기던 것과 달리 객관적 제3자의 증언으로 인해 결과가 달라지는 등의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법원은 모든 당사자가 제기한 모든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으로서 당연히 어떠한 판단을 해줘야 하고, 잘 모르겠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관은 제3자로서 사후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므로 실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도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법은 '증명책임'이라는 것을 정해 양 당사자에게 분배하고, 증명책임에 따라 진위불명의 상태에서 누구에게 불이익을 돌릴 것인지 정하게 되며, 이로 인해 실제 진실과는 다를 수도 있는 '법 앞에서의 진실'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여금 청구 사건에서 대여사실은 원고가 입증해야 하고, 피고는 이에 대해 ①부지(빌리지 않았다)하거나 ②항변(빌렸으나 갚았다)하며 다투게 됩니다. 

결국 법원에서의 진실이란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 되고, 이는 절대자가 아닌 법관이 사후적으로 사건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법제도의 한계라고 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법 앞에서의 진실은 '증거 자료를 좀더 철저히 준비한 사람의 진실'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송에 임하는 과정에서도 법원이 알아서 진실에 맞게 판단해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언처럼 스스로 충분한 입증을 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사실에 대한 공방은 사실심인 1·2심에서만 이뤄지고, 법률심인 3심에서는 다뤄지지 않으므로 너무 늦기 전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