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밤12시, 영화전문 채널에서 '데스위시'를 방영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지만 아주 인상 깊게 본 영화라 다시 봤다.

주인공 폴이 집을 비운 사이 흉악범이 침범해 아내와 딸을 죽인다. 그러나 경찰과 법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자 평범한 시민이었던 폴은 스스로 도시의 악과 맞서 싸운다. 흉악범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간다. 법을 무시한 그의 행동에 골머리를 앓던 경찰은 폴을 뉴욕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추방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 영화로 주인공 찰스 브론슨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뽑히고, 1971년 골든 글로브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원작은 가필드가 쓴 추리소설이며, 첫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자 그 후로 무려 5편의 영화가 더 제작됐다.

이 영화로 미국의 총기규제논란을 촉발했다. 과연 개인이 총기 소지가 옳은가. 아니면 어떤 경우에도 자유로이 허용해서는 안 되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미국 사회의 숙제로 남아 있다.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을 경찰이 해결해주지 못할 때 '법이 못하면 내가 한다'며 스스로 흉악범을 처치해 나가는 영화 같은 복수극이 실제 일어났다. 로드리게스는 딸 카렌(당시 20세)과 함께 멕시코 국경 지역인 페르난도에 살았다. 2014년 1월 카렌이 폭력조직에 납치됐다. 어머니는 갱단의 요구대로 대출까지 받아 딸의 몸값을 지불했지만 이들은 끝내 카렌을 살해했다.

로드리게스는 경찰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 스스로 딸의 복수를 다짐하고 범인 추적에 나섰다. 여자의 몸으로 3년간 갱단 10명을 잡아 경찰에 넘긴다. 하지만 2017년 3월 시우다드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이 자신의 조직을 와해시킨 로드리게스를 집앞에서 살해한 것이다. 법이 못하는 것을 내가 하는 사회보다, 내가 못하는 것을 법이 해주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신뢰하는 국가'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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