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가운데 안회(回)와 자로(子路)는 확연한 성격 차이로 자주 대비되는 인물이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던 수제자였다. 그는 가난 속에서 요절했지만 학식과 인격이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범생과도 같았다.

이에 비해 자로는, 본래 건달출신으로 용맹하나 앞뒤를 살피지 않고 덤벙대기 일쑤였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누구든 스승인 공자를 비난하면 앞장 서 혼내주었다. 굽힐 줄 모르는 성격 탓에 위나라 관리가 되었다가 주군을 구하려다 살해당해 유해는 발효되어 젓갈( 해)로 담가지는 수모를 당했다. 요즘으로 치면 주인에게 충성하는 애완견(?)이나 착실한 앞가리개 노릇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한번은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자 자로가 묻는다. "스승님께서는 삼군(三軍)을 지휘하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물론 공자가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를 가지고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공자는 뜻밖에도 "暴虎馮河(포호빙하) 死而無悔者(사이무회자) 臨事而懼(임사이구).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으려 하고, 맨발로 강을 건너다가 죽어도 뉘우치지 않는 자, 그런 사람과는 내가 함께 하지 않겠다. 일에 임해서는 두려워하고 잘 도모해 반드시 성사시키는 자와 함께 하겠다."

전투에 임하는 사령관 입장에서는 용맹한 부하가 좋겠지만, 전략·지혜가 부족한 용맹은 진정한 용맹이 아니라 만용이다. 용감한 듯 보이지만 어리석은 자일뿐이다. 앞뒤 재지 않고 무턱대고 용기만 앞세우거나 사리분별이 뒷받침되지 않는 결단력과 용기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공자는 자로에게 언제나 신중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빗대어 말해 그렇지 제발 성질 좀 죽이라고 핀잔을 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臨事而懼(임사이구), 일을 할 때는 늘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용기만 앞세우는 자로에게 준 교훈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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